아버지와 군인, 기업의 존재 이유 [봄B스쿨 경영산책]
편집자주
보는 시각과 시선에 따라서 사물이나 사람은 천태만상으로 달리 보인다. 비즈니스도 그렇다. 있었던 그대로 볼 수도 있고, 통념과 달리 볼 수도 있다. [봄B스쿨 경영산책]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은 시도다.
'아버지는 지킨다, 그것이 존재 이유다(A father protects, It’s(that’s) what gives him meaning).' 영화 '아바타: 물의 길(Avartar: The way of water)'에 나온 주인공의 대사이다.
개봉 전 한국에 온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2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동시대 우리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그것은 바로 가족과 환경이다'라고 했다. 캐머런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더 큰 책임이 무엇인지를 밝히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무기를 드는 장면에서 아내에게 'I am the father, It’s my job'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하나의 직무(Job)이며 그 본연의 임무(mission)는 가족의 안위를 지키는 것임을 암시한다. 단순히 가족의 생명뿐만이 아니라, 가족들이 안전하게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환경까지 지켜 내야 하는 것이 아버지의 중요한 책무(duty)인 것이다.
아버지가 가족의 안위를 지키는 일을 우리들이 너무도 당연시하기 때문인지, 영상의 화려한 기술력에 비해 스토리의 서사는 진부하다거나 재미없다고 혹평하는 영화평론가 및 일반 관람객들이 있다. 아마도 13년 전 아바타를 본 관객들이 받았던 신선한 놀라움이 아바타2에 대한 기대를 너무 크게 만들었던 까닭인지 모르겠다.
평범하고 상식적이라고 해서 그 핵심가치가 멸시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종교의 가르침이 수천 년 동안 같은 것이 반복된다고 진부하다고 하지 않는다. 변치 않는 보편적 가치와 진실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존재 이유와 존재 가치가 있다.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는 자신은 '대한의군 참모중장'이며 일본과 전쟁 중인 대한제국의 군인으로서 이토 히로부미를 죽였으므로, 자신은 죄인이 아니라 전쟁포로라고 말한다. 뤼순형무소에서 사형이 집행되기 전 안 의사는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다-'라는 글을 남긴다. 군인의 존재 이유이자 존재 가치다.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보호하고, 생활의 안정을 제공하여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우리 현실에서는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국민의 안위를 지키지 못한 나라는 실패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대다수 국민이 굶어 죽게 만드는 국가도 실패한 국가이며 그 위정자들은 범죄자와 다름없다.
기업의 존재 이유도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부를 창출하는 것(wealth creation)'이다. 근로자, 주주, 채권자, 경영자 입장에서 쉽게 말하면, '돈을 잘 버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기업은 돈을 벌도록 합법적으로 인정한 사회제도적 기구로, 이윤창출은 기업의 임무(mission)이자 책무(duty)다. '돈 못 버는 기업은 기업이 아닌 것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돈'에만 초점을 두어 생각하면 '돈만 많이 벌면 된다'고 오해할 위험성이 크다. 이럴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어 범죄를 짓거나 비윤리적인 반사회적 기업활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어떤 돈을 벌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기업의 유일한 존재 목적은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은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기쁨과 행복을 주는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돈 못 버는 기업은 기업이 아니지만, (오로지) 돈만 버는 기업도 기업이 아니다.' 직원과 고객 그리고 이해관계자가 돈을 잘 벌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책무이듯이, 국가와 사회는 기업이 돈을 잘 벌도록 지원하는 것이 임무다. 국민이 궁핍하게 사는 나라도 실패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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