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통신·무선충전 생활로 스며든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은 채 앞에만 가도 자동차나 아파트 현관문을 열 수 있게 된다. 초대형 쇼핑몰이나 복합공간, 주차장에서 길 찾기가 쉬워지고, 충전 플러그를 연결하거나 접촉하지 않고도 전기차를 무선으로 충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정부가 디지털산업 성장 마중물을 열어주기 위해 스마트폰에 UWB(초광대역 무선기술) 탑재를 허용하고 무선충전 전용 주파수를 배정하는 등 규제를 푼 덕분이다. 이를 통해 생활과 산업 곳곳에서 무선통신과 무선충전이 일상화될 전망이다.
◇손 까딱 안하고 문 열고 미술품 감상= 대표적인 기술이 UWB(Ultra Wide Band)다. UWB는 500㎒(메가헤르츠) 이상의 초광대역 채널을 가진 전파를 사용하는 근접거리 무선통신 기술이다. 근거리 고속 데이터 전송용으로 상용화됐지만 최근 고해상도 센싱으로 영역이 넓어지는 추세다. 저전력으로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할 뿐 아니라 물체의 거리, 방향 등을 식별하는 초정밀 센싱이 가능해 IoT(사물인터넷)와 연계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블루투스와 비교하면, 거리 오차가 ㎝(센티미터) 단위로 더 작고 벽을 관통해 실내에서 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규제 개선으로 500㎒ 이상의 광대역폭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게 돼 정확한 측위기술 확보가 가능해졌다. 이번 주파수 대역 확대로 UWB 활용 시 공간인식 오류율은 4㎝에서 1.5㎝까지 줄어들고 장거리 위치 찾기 정밀도도 높아질 수 있게 됐다. 세계적으로 UWB 탑재 기기가 2030년 18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시장성도 우수하다.
UWB가 생활 필수품인 스마트폰에 적용되면 가능한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디지털 키'가 꼽힌다. 최근 삼성전자는 스타트업 직방과 협력해 '직방 UWB 스마트 도어록' 디지털 홈키를 삼성페이에 탑재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아파트 현관문을 자동으로 열 수 있는 서비스다. 현대차, 기아 등 일부 차량에서도 디지털 키 서비스가 도입됐다.
반려동물 탐색이나 미술관 내 '스마트 도슨트' 서비스에도 활용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들고 앱을 구동하면 앞에 있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식이다.
나아가 스마트시티, 스마트빌딩,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활용될 전망이다. GPS(위성측위시스템)를 활용한 위치 서비스는 인도나 쇼핑몰, 주차장에서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UWB 기술을 활용하면 실내에서도 정확한 측위가 가능해 복잡한 코엑스몰에서 길을 찾거나 주차장의 빈 공간을 미리 탐지해 알려주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UWB 라이더 신호를 활용해 포도당 수치를 측정하면 스마트폰으로 당 수치를 확인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 세계뿐 아니라 가상 공간에서도 UWB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권혁준 삼성전자 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규제 개선으로 UWB 가용 채널이 늘어나게 됐다"면서 "500㎒ 이상으로 대역폭이 늘어남으로써 인접한 대역을 묶어 넓은 대역폭을 확보하거나 간섭을 줄여 기술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용 주파수 배정으로 문 열린 전기차 무선충전 시장= 무선 전기차 충전 시장도 올해 개화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가 무선충전 전용 주파수(85㎑)를 배정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무선충전 전용 주파수가 없어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 2019년 권고한 대역을 사업자 요청으로 검토·분석한 후 표준에 맞게 분배했다"며 "전기차 무선충전 R&D·실증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기반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무선충전은 전기자동차, 산업기기 등으로 활용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레티지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관련 시장은 2021년 54억 달러(약 6조8000억원)에서 2030년 346억 달러(약 43조5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제네시스가 지난해 2월부터 전기차 무선충전 서비스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제네시스 강남·제네시스 수지·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등에 23기의 무선충전기를 설치하고, GV60, GV70 전기차 22대를 대상으로 무선충전 서비스를 운영한다. 롯데, GS 등도 제네시스와 제휴해 무선충전기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규제혁신으로 전기차 무선충전 시장 '고속도로'가 뚫렸다"며 "더 많은 사업자의 유입 효과가 기대되고 로봇 충전, 지역별 특화 서비스 등의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저기예요"…수의 입은 이기영, 동거녀 시신 수색현장 검증
- 러시아군, 우크라 점령지서 끔찍한 성폭행…"4세 여아까지"
- "가게 앞 차 빼달라" 말에…구의원 "당신 땅이냐, 신고해봐"
- ‘청담동 술자리’ 제보자, 이제 ‘나꼼수’ 김용민과 싸우나…“첼리스트 쪽에 붙었나?”
- 길 가던 40대 여성에 `묻지마 폭행`…무서운 중학생들, 1명 구속
- 韓 "여야의정 제안 뒤집고 가상자산 뜬금 과세… 민주당 관성적 반대냐"
- 내년 세계성장률 3.2→3.0%… `트럼피즘` 美 0.4%p 상승
- `범현대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방향성 주도한다
- 내년 6월부터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기간 3년 단축"
- [트럼프 2기 시동]트럼프 파격 인사… 뉴스앵커 국방장관, 머스크 정부효율위 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