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더부룩한 복부, 경련성 복통… 민감한 '대장'님

정민지 기자 2023. 1. 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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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 대장증후군
정확한 원인·치료 없지만 감기 다음으로 환자 多
장 운동이상·스트레스·자극적 식사 등 영향 미쳐
정확한 검사로 대장암 등 다른 질환·질병 확인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0대 남성 A 씨는 오랜 취준생 생활에서 벗어나 3개월 전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적지 않은 나이에 사회에 첫 발을 들인지라 긴장도 많이 되고 신경 쓰일 일도 많았을 터, 평소 건강한 편이라 자부했지만 몇 주 전부터 심한 복통에 시달리고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나타났다. 혹시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닐까 걱정돼 병원을 찾은 A 씨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진단받았다.

민감한 대장의 소유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유전적 요인도 일부 있겠지만, 식생활의 서구화뿐 아니라 극심한 스트레스, 지속적인 긴장상태 등도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장지웅 교수의 도움말로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대해 알아본다.

◇더부룩하고 답답한 속, 싸르르 아픈 배=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정확한 원인이나 치료법이 없지만 감기 다음으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몸이 전반적으로 무겁고 무기력 증세를 보이며, 나중에는 음식을 먹은 후에 복부 팽만감으로 복부가 더부룩해지고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나타나는가 하면 경련성 복통 등이 나타난다. 복통을 호소하는 부위는 일정치 않고 복부 전반에 걸쳐 나타나지만 하복부, 특히 왼쪽 하복부에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종종 대변에 코를 풀어놓은 것 같은 점액이 섞여 나올 수도 있다.

이러한 기능성 위장관 질환 증상이 최근 12개월 사이에 최소 12주 이상 서로 중복돼 지속적으로 나타날 경우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확진할 수 있다.

이렇게 전형적인 증상만 가지고도 진단을 내릴 수 있으나 대변검사, 대장 내시경 검사, 대장 X선 검사로 대장에 만성염증성 병변이나 암 등 기질적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비록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당사자에게는 무척 고통스럽고 일상생활의 불편과 의욕 상실을 초래하며, 때에 따라서는 사회 활동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수 있다=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분명 증세가 있는데도 검사를 하면 이상소견이 없으므로, 환자는 오진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기도 한다. 본래 장운동은 장의 바깥층을 형성하는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되풀이함으로써 음식물을 소장에서 직장을 거쳐 항문 밖으로 이동시키는데,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이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어느 시기에 너무 세게 또는 약하게, 너무 천천히 또는 빠르게 수축하는 등 비정상적인 양상을 보인다.

아직까지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장의 운동이상, 내장과 장체벽의 감각기능 이상, 스트레스, 자극적인 식사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는 스트레스나 기름진 음식, 술, 카페인 등이 알려져 있다. 사람마다 과민한 반응을 일으키는 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경험을 통해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찾아내어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서구화된 음식물의 잦은 섭취나 누적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있다고 해서 누구나 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선천적으로 조그마한 자극에도 과도하게 반응을 하는 사람이나 성격이 내성적이며 꼼꼼하고 빈틈이 없는 사람일수록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걸리기 쉽다.

◇다른 질환으로 인한 증상은 아닌지 확인해야=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에서 자세한 문진과 대변검사, X선 검사와 내시경으로 대장에 다른 질환이 없음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비, 설사, 복통, 복부 팽만감 등의 증상을 넘어 △변이 검거나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 △배가 아파 잠에서 깨는 날이 많은 경우 △열이 나고 체중이 계속 감소하는 경우 △빈혈이나 지방변이 있을 경우에는 대장암이나 염증성 장 질환 등 다른 질병일 가능성이 크다.

장지웅 교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다른 위중한 기질적 소화기 질환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의심이 되면 우선 정확한 검사를 받아서 다른 심각한 질환이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실제 대장에 염증이나 다른 이상이 없으며 따라서 특별한 치료법도 없는 병이다. 그저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이 최선의 치료이기에 마음을 편히 먹고 안정을 취하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또 규칙적인 식사와 배변습관을 갖고 배를 따뜻하게 해주면 좋다.

여기에 장내 공기를 증가시킬 수 있는 행동 및 음식물은 자제해야 한다. 가스 생성이 많은 콩, 커피나 초콜릿 같은 카페인이 많은 음식, 우유 등과 같이 유당을 포함한 음식은 피하고 섬유질이 풍부한 야채 위주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특히 변비가 주증상인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장 교수는 "음식 종류에 지나치게 과민할 필요는 없으며 즐겁게 식사하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아 이를 풀고자 노력하며,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을 병행하면 해소될 수 있다"며 "만약 심한 복통이나 배변습관의 변화로 인한 사회생활의 지장, 복부 팽만 등의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비정상적인 대장 운동을 조절하기 위해 1-3개월 정도 약물 치료를 권한다"고 말했다. 도움말=장지웅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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