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1000% 준다고?…실적대박 정유사 “화끈하게 쏜다”
불황 닥친 유통은 “위로금도 빠듯”
삼성전자는 사업부별로 편차 커
최근 뉴스를 보면 올해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가득하다. 지난해 물가는 5% 넘게 뛰었다는데 내 월급은 얼마가 오를지 불확실해 한숨만 나온다. 직장인들의 표정에 근심이 드리웠지만 연말 연초가 되면 직장인을 설레게 하는 소식도 있다. 많게는 연봉의 절반을 차지하는 성과급이 그 주인공이다.
어쩌다 직장인 팀은 이미 공개된 주요 기업의 성과급 지급 계획을 종합하고,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한 업종별 성과급 기상도와 성과급 체계를 분석했다. ‘역대급’ 성과에 성과급 대박을 약속받은 기업이 있는가 하면, 실적 악화로 적은 금액의 위로금만 챙길 전망인 기업도 있다.
◆대박친 정유사···해운도 ‘맑음’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3분기 2조77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1년 같은 기간보다 226% 증가한 실적이다. 이에 성과급 지급액도 기본급의 600%에서 1000%로 훌쩍 뛰었다.
현대오일뱅크의 희소식에 정유업계 다른 기업들도 ‘성과급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도 각각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04~186% 늘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기본급의 1600%를,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 바 있다.
호실적을 거둔 HMM도 기본급의 6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지난해 말 합의했다. 지난해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화끈한 보상’을 결정한 것이다. HMM 인재경영팀장은 한 유튜브 영상에 출연해 “신입사원은 올해 다 포함하면 7000만원 받습니다. ‘1억대리’라고 대리는 1억원 받습니다”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대박? 부문마다 갈려
국내 대기업 중 성과급 지급액으로 가장 유명한 두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는 동안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해 신입사원 연봉이 1억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DS부문(반도체)에 연봉의 47~50%를 성과급(OPI·초과이익성과급)으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연봉의 50%를 지급한 만큼, 2년 연속 ‘대박’이 예고된 상황이다.
삼성전자라고 다 ‘성과급 대박’이 약속된 건 아니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MX사업부는 29~33%, TV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는 18~22%만 지급받을 예정이다. 냉장고·세탁기 등을 만드는 생활가전사업부는 경기 둔화에 직격탄을 맞아 연봉의 5~7%만 성과급으로 챙겨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아직 성과급 지급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초 SK하이닉스는 3만여명에 달하는 전 직원에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연봉의 50%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달 직원과의 대화에서 “올해 초과이익분배금 규모는 기본급의 700% 수준은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도체 한파가 예고된 상황이지만 직원들 사기를 고려해 최대한의 보상은 이어간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나 SK라고 하면 무조건 성과급을 많이 받아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만도 않다”며 “사업부 따라 다를 뿐 아니라 계열사 간 차이는 더 크다”고 했다.
◆미래 먹거리 배터리···회사마다 달라요
올해 성과급 ‘대박’을 예고한 기업도 있다. 국내 1위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초 기본급의 4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크게 나아진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이 대대적인 보상에 나설 거라는 소문이 공공연하다”며 “일각에서는 기본급의 900~1000%도 거론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같은 배터리 업계지만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 지급이 예정돼있다. 삼성SDI는 배터리를 만드든 에너지솔루션 사업부는 개인 연봉의 28~30%, 전자재료 사업부는 37~39%를 초과이익성과급(OPI) 예상 지급률로 공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SK온의 성과급 날씨는 ‘흐림’이다. SK온은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적자를 이어왔고 4분기에도 영업흑자가 쉽지 않을 분위기다. SK온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문으로 있던 시기에는 적자를 기록해도 SK이노베이션 전반의 영업이익을 통해 성과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회사를 분리한 지금은 성과급 지급이 쉽지 않을 분위기다. SK온이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직원 사기진작을 위해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위로금을 푼다는 전망도 있다.
◆실적 흐림···성과급도 울상
포스코는 지난 달 30일 침수 피해 복구를 위해 힘쓴 직원들에게 월 기본급의 100%를 특별 격려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의 영향에 포항에 폭우가 쏟아진 탓에 철강 생산이 중단된 여파다. 포스코는 제철소 가동중단 여파로 매출액 기준 2조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영업 실적이 크게 악화된 탓에 성과급 대박 대신 격려금만 지급한 것”이라며 “그나마도 임원들은 받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푸르밀, 하이트진로, LG유플러스 등은 성과급 측면에서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올해 지급할 성과급이 1인당 68~102만원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는 유통업계에서도 성과급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은 분위기다.
◆호실적이지만 고민하는 기업도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도 올해 경기 전망이 나빠 망설이는 기업도 있다. 한 설비 관련 대기업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렸지만 성과급 지급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두고도 올해 경영 환경이 어려워 성과급을 많이 주기 어렵다는 분위기”라며 “성과를 내고도 성과급이 적다는 소식에 직원들 분위기는 울상”이라고 했다.
외부 환경 변화도 기업들이 성과급 지급을 고민하는 부분이다. 한 물류기업은 환차익으로 역대급 영업이익을 예고하고 있다. 해외 관련 사업이 많은 상황에 지난해 달러당 원화값이 낮아진 탓에 원화표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은 실적이 났으니 나누라고 얘기하지만 직원들이 잘해서 돈을 더 번 것도 아니다”라며 “올해는 경영 환경이 나빠질 전망이라 성과급 규모를 고심 중”이라고 했다.
◆성과급의 아이콘 이건희···1994년 도입
국내에 성과급 제도를 빠르게 도입한 대표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1994년 생산성 격려금(PI·현 TAI)을 도입하고, 2001년에는 연봉의 최대 50%를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금(당시 PS·현 OPI)을 도입했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성과급 제도를 빠르게 도입한 데에는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명예회장의 의지가 있었다. 이 전 회장은 “동기끼리도 급여가 3배 차이 나야 한다”는 철학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를 키우기 위해 기여한 이에게는 확실하게 보상하고, 이를 위해 사업부문별로 연봉의 최대 5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게 해 직원들이 스스로 뛰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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