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곡물가 하락하는데 빵값은 그대로… 경쟁제약 없나 챙겨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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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곡물가가 떨어지고 환율도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라면, 빵, 과자 등 식품가격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밀 옥수수 팜유 등 원자재 값 적용이 3~6개월의 시차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은 가격을 하향 조정할 수 있는 시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2.4로 9개월 연속 떨어졌다.
식품은 가격 탄력성이 낮아 소비자들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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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곡물가가 떨어지고 환율도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라면, 빵, 과자 등 식품가격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밀 옥수수 팜유 등 원자재 값 적용이 3~6개월의 시차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은 가격을 하향 조정할 수 있는 시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2.4로 9개월 연속 떨어졌다. 지난해 3월 고점이었던 159.7 보다 17% 하락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 밀 가격은 지난해 5월 부셸 당 1277센트에서 12월 말 700센트로 60%, 말레이시아 팜유는 지난해 4월 말 톤당 7100링깃에서 12월 말 3800링깃으로 46% 떨어졌다. 수입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미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작년 10월 1440원 고점을 찍은 후 180원 가량 떨어져 1260원대를 기록 중이다. 에너지 가격을 결정하는 국제유가도 고점 대비 절반 가량 하락해 안정세다.
반면 식품업계는 국제 원자재 값 상승을 이유로 지난해 두세 차례에 걸쳐 제품 값을 올려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생산비에는 금리 비용, 물류비와 인건비 등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런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2022년 연간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CJ제일제당, SPC삼립, 오뚜기, 대상, 풀무원 등 주요 식품업체는 지난해 최대 매출을 경신할 것으로 추산됐다. CJ제일제당의 연간매출은 처음으로 30조를 돌파해 전년보다 14.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SPC삼립, 오뚜기, 롯데제과 등도 처음으로 3조 원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SPC삼립의 예상 매출액은 3조 3310억 원, 영업이익은 9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88%나 급증할 전망이다. 뚜레쥬르의 CJ와 파리바케트 등의 SPC그룹은 국내 제빵시장의 95%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이 체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했지만, 결국 '소귀에 경 읽기'였던 셈이다. 사실 정부가 식품업계에 가격인상 자제를 요구하는 데는 그만한 근거가 있다. 작년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아래서 식품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식품원료 할당관세를 적용해 부담을 덜어줬다. 그런데도 식품업계는 원자재 값 상승분 이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며 제 배만 불렸다. 식품은 가격 탄력성이 낮아 소비자들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국내 빵, 라면, 과자 등 상당수의 품목은 사실상 독과점 시장이다. 정부는 경쟁 제약요소가 없는지 더 꼼꼼히 챙겨 가격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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