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1시간 30분 지나 ‘두루미’ 발령… 수방사에 공유도 안 했다
서울 방어 수방사, 무인기 파악 뒤
자체 보고 과정서 합참 작전 알아
운영요원 부주의로 식별 못했거나
새 떼·풍선 오인해 늦어졌을 가능성
합참, 판정 전 즉각 보고 체계 어겨
“장비 도입보다 시스템 정비 시급”
북한 무인기가 지난달 26일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군의 허술한 대응이 합동참모본부가 진행 중인 전비태세검열에서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군은 신형 장비 도입 등을 통한 대비태세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운용 인력·시스템 정비가 더 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군 당국에 따르면, 무인기 침범 당시 육군 제1군단 국지방공레이더를 통해 북한 무인기 추정 항적을 처음 발견한 것은 오전 10시 25분이었다. 하지만 전비태세검열 과정에서 해당 무인기 항적이 침범 당일 오전 10시 19분부터 포착됐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레이더에 첫 항적이 잡힌 지 6분이 지나서야 레이더 운영요원이 북한 무인기의 비행을 인지한 셈이다. 6분 동안 북한 무인기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은 채 수㎞를 더 남하하며 비행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 무인기 침투 사실을 일찍 알아차리고 추적 및 요격 등의 작전을 더욱 빨리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방공작전의 기본은 신속하고 정확한 탐지·식별이라는 점에서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은 시작부터 쉽지 않게 진행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비태세검열을 진행 중인 합참은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레이더 운영요원이 북한 무인기 항적을 신속하게 인지하지 못한 이유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경기 김포·파주 사이의 한강을 따라 서울 상공에 침입했을 때도 군의 대응은 허점투성이었다. 군이 무인기 대응 대비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한 시점은 무인기를 포착한 지 1시간 30여분이 지난 정오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무인기가 이미 서울에 진입해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 경호 목적으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북단을 일시적으로 침범하는 등 서울 북부 상공을 가로지른 뒤에야 대응 대비태세가 발령된 셈이다. 합참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적(북한) 무인기 식별 및 대응’ 설명자료에서 “공군작전사령부가 적 무인기 대비 ‘두루미’를 발령했다“고 밝히면서도 발령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비행 경로 등에 대한 군 당국의 정보 공유 및 상황 전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방어 임무를 맡고 있는 수도방위사령부는 이날 오전 10시 19∼25분 북한 무인기 항적을 포착·식별한 육군 1군단이나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무인기 침범 사실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방위사령부는 오전 10시 50분 방공부대가 자체적으로 서울 상공에 있는 이상 항적을 파악, 30분간 교차검증 및 검토를 진행했다. 이어 오전 11시 27분부터 직접 대응 작전을 개시하겠다고 합참에 보고하는 과정에서야 합참 등에서 무인기 대응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무인기에 의해 담당 구역이 침범당한 부대 간에도 상황 전파와 정보공유, 작전 공조 등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장비도 사람도 문제, “대대적 개편 필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에는 군의 물리적 한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공군 KA-1 전술통제기와 육군 AH-64 공격헬기 등을 투입하고도 무인기를 1대도 격추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민간인 거주지역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미사일이나 기관포를 사용했을 때, 지상에 낙탄하는 과정에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사격에 제약을 받았다는 분석도 이 같은 지적에 힘을 싣게 했다.
지난달 말에 종료될 예정이었던 합참 전비태세검열이 시한을 정하지 않은 채 무인기 대응작전과정에 대한 종합검열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 안팎에서는 검열 결과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문책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어 군 당국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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