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1시간 30분 지나 ‘두루미’ 발령… 수방사에 공유도 안 했다

박수찬 2023. 1. 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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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인기 P-73 침범 뒤 대비 태세
서울 방어 수방사, 무인기 파악 뒤
자체 보고 과정서 합참 작전 알아
운영요원 부주의로 식별 못했거나
새 떼·풍선 오인해 늦어졌을 가능성
합참, 판정 전 즉각 보고 체계 어겨
“장비 도입보다 시스템 정비 시급”

북한 무인기가 지난달 26일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군의 허술한 대응이 합동참모본부가 진행 중인 전비태세검열에서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군은 신형 장비 도입 등을 통한 대비태세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운용 인력·시스템 정비가 더 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군 당국에 따르면, 무인기 침범 당시 육군 제1군단 국지방공레이더를 통해 북한 무인기 추정 항적을 처음 발견한 것은 오전 10시 25분이었다. 하지만 전비태세검열 과정에서 해당 무인기 항적이 침범 당일 오전 10시 19분부터 포착됐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레이더에 첫 항적이 잡힌 지 6분이 지나서야 레이더 운영요원이 북한 무인기의 비행을 인지한 셈이다. 6분 동안 북한 무인기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은 채 수㎞를 더 남하하며 비행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 무인기 침투 사실을 일찍 알아차리고 추적 및 요격 등의 작전을 더욱 빨리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방공작전의 기본은 신속하고 정확한 탐지·식별이라는 점에서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은 시작부터 쉽지 않게 진행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운영요원이 레이더에 나타난 북한 무인기 항적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식별이 늦어졌을 가능성, 레이더 항적만으로는 소형 무인기와 새떼, 풍선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대응은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함께 제기된다.

전비태세검열을 진행 중인 합참은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레이더 운영요원이 북한 무인기 항적을 신속하게 인지하지 못한 이유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경기 김포·파주 사이의 한강을 따라 서울 상공에 침입했을 때도 군의 대응은 허점투성이었다. 군이 무인기 대응 대비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한 시점은 무인기를 포착한 지 1시간 30여분이 지난 정오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무인기가 이미 서울에 진입해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 경호 목적으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북단을 일시적으로 침범하는 등 서울 북부 상공을 가로지른 뒤에야 대응 대비태세가 발령된 셈이다. 합참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적(북한) 무인기 식별 및 대응’ 설명자료에서 “공군작전사령부가 적 무인기 대비 ‘두루미’를 발령했다“고 밝히면서도 발령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비행 경로 등에 대한 군 당국의 정보 공유 및 상황 전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방어 임무를 맡고 있는 수도방위사령부는 이날 오전 10시 19∼25분 북한 무인기 항적을 포착·식별한 육군 1군단이나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무인기 침범 사실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방위사령부는 오전 10시 50분 방공부대가 자체적으로 서울 상공에 있는 이상 항적을 파악, 30분간 교차검증 및 검토를 진행했다. 이어 오전 11시 27분부터 직접 대응 작전을 개시하겠다고 합참에 보고하는 과정에서야 합참 등에서 무인기 대응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무인기에 의해 담당 구역이 침범당한 부대 간에도 상황 전파와 정보공유, 작전 공조 등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 등 야당 위원들이 지난 5일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진지를 찾아 관계자로부터 20밀리 대공포(발칸)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방공작전은 관련 부대 간 신속한 정보공유와 상황 전파, 합동작전태세가 매우 중시되는 분야다. 군 당국도 북쪽에서 남하하는 정체불명의 항적이 포착되면 무인기 판정 여부와 관계없이 즉각 상급부대에 보고하고 인접부대에 상황을 알리도록 하고 있다. 북한 무인기 침범 대응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수도방위사령부와 합참, 일선 육군과 공군부대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채 제각각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장비도 사람도 문제, “대대적 개편 필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에는 군의 물리적 한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공군 KA-1 전술통제기와 육군 AH-64 공격헬기 등을 투입하고도 무인기를 1대도 격추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민간인 거주지역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미사일이나 기관포를 사용했을 때, 지상에 낙탄하는 과정에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사격에 제약을 받았다는 분석도 이 같은 지적에 힘을 싣게 했다.

군 당국은 북한 소형무인기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추가 전력소요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구매 또는 개발 단계에 있는 무인기 타격체계 외에 새로운 대(對)드론 타격체계가 긴급 소요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고, 공격헬기 기관포탄이 지상에 낙탄해 2차 피해가 발생할 위험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자폭소이탄을 추가 보급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 라파엘사가 개발한 무인기 탐지장비 ‘스카이 스포터’(Sky Spotter) 도입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이스라엘에 실전 배치된 '스카이 스포터' 센서 장비(왼쪽)와 체계 개념도. 라파엘사 웹사이트 캡처
군 안팎에서는 합참 전비태세검열과정에서 상황 전파 및 작전 공조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사실이 하나둘씩 드러난 것과 관련, 신형 장비 도입보다는 현재 작전체계나 장비 운용 등에 대한 쇄신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조심스레 나온다. 레이더에 처음 항적이 포착됐을 때부터 상급부대 보고·인접부대 통지·작전 공조 상황 등을 정밀하게 다시 살펴서 수도권 방공작전 대비태세를 재정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말에 종료될 예정이었던 합참 전비태세검열이 시한을 정하지 않은 채 무인기 대응작전과정에 대한 종합검열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 안팎에서는 검열 결과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문책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어 군 당국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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