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어닝쇼크 대기업 "올해 상저하고… M&A로 돌파"
삼성·LG 수장 "상반기까지 부진
하반기 회복 가능성 있다" 분석
신사업·대형 인수합병에 사활
지난 6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4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어닝시즌이 막을 올렸다. 삼성과 LG는 시장의 예상대로 '어닝 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내놨다. 국내 다른 상장사들의 실적도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추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국내 경기가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공식 진단을 내렸다. 수출 부진이 심화하면서 제조업 경기가 꺼지고 있으며, 서비스업 경기도 주춤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회복)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참가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수장들도 상반기까지 부진하겠지만 하반기에는 실적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000억원) 대비 69% 감소했다. LG전자는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7453억원)보다 91.2% 감소한 655억원에 그쳤다. '풍향계'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예상을 훨씬 밑도는 잠정 실적을 내놓으면서 다른 기업의 기대치도 더욱 낮아지고 있다. 최근 2주간 4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실적 컨센서스는 영업이익의 경우 41조9000억원에서 39조7000억원으로 5.1%, 순이익은 28조원에서 27조원으로 3.5% 낮아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78곳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삼성전자는 잠정실적 반영)은 189조549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202조9037억원)보다 6.6% 줄어든 수치다. 상장사들의 실적 눈높이가 계속 낮아지면서 3개월 전(207조6563억원)은 물론 1개월 전(195조2493억원)과 비교해서도 전망치가 각각 8.7%, 2.9% 감소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하향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53곳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는 151조9048억원으로 3개월 전(178조7582억원)보다 15% 줄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같은 위기를 신성장 사업 집중 육성과 M&A(인수·합병) 등으로 돌파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6일(현지시간) 'CES 2023'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내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성장 분야로 "로봇이나 메타버스 등 이런 부분을 많이 보고 있다"며 "올해 안에 'EX1'이라는 버전으로 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형 M&A 가능성에 대해선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전장사업의 액셀을 밟을 일만 남았다"며 "TV 사업은 디바이스 중심에서 플랫폼·광고 콘텐츠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HD현대(옛 현대중공업)는 친환경·자율주행 선박 시대를 앞당길 계획이며, HD현대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무인 대형상선 제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영광 현대모비스 사업전략실장은 "북미 전기차 부품 거점 5곳을 2025년 완공할 계획"이라며 "모듈과 배터리 공장 등에 13억달러를 투자하고 자동차 반도체의 내재화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종희 부회장과 조주완 사장은 "올해도 어려우나 하반기부터 실적이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부회장은 "1분기를 지나 봐야 알겠지만, 작년 1분기보다 더 좋은 기대는 되지 않을 걸로 생각한다"며 "조금 더 노력해서 의미 있는 숫자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복합 위기 극복이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본질에 집중하는 평범한 진리로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현재 보는 다운턴(하강 국면)의 끝이 언제일지는 누구도 알 수 없으나 저희 나름대로 갖고 있는 생각으로는 올해 상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비용 등의 여러 악재가 작년 4분기, 올해 들어서 많이 해소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은희·박한나·신하연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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