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불패 신화의 종말… 추락하는 中 부동산, 날개 있나 [글로벌 리포트]
헝다 등 부동산 개발업체 직격탄
100곳 넘게 파산·구조조정 내몰려
中 관영매체 낙관론 펼치지만
일각선 'U자형' 느린 회복 점쳐
중국 부동산의 23년 불패 신화가 코로나19와 함께 본격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 이후 수년 간의 정부 경고를 읽지 못한 헝다(에버그란데)로부터 2021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해에만 헝다를 비롯한 100여개에 부동산 개발업체가 구조조정 혹은 파산에 들어갔다. 부동산 활황에 문어발식 확장을 했지만 정부가 대출규제 등으로 돈줄을 죄기 시작하자 대규모 투자가 오히려 족쇄가 됐다. 버틸 여력이 없었다.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중국 경제를 옭아매는 덫으로 파생됐다. 부동산은 연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할 만큼 두 자릿수 경제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소였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2년여 만에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 제로코로나를 버리지 못한 상태에서 부동산마저 시장의 외면을 당하니 다른 방도가 없었다. 각종 부양 조치를 꺼내들며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이미 깨진 상태였다. 언제 다시 규제에 들어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비와 부동산이라는 쌍두마차로 경기 활성화를 꾀하고 있으나 전망이 밝지 않은 이유다.
전문가들도 중국 부동산이 올해 안에 완전히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원이 더욱 구체적이고 대규모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의 자금조달 등 공급 측면의 강력한 지지가 수요 측에 전달될 때 소비심리도 회복될 것이라는 취지다. 반면 부동산업계 관련 주가는 오름세다.
■뒤늦은 '부동산 살리기' 안간힘
8일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중국정부가 지난 한 해 발표한 부동산 부양 정책은 핵심적인 것만 20여개에 이른다. 주택 수요 진작과 부동산 기업 자금조달 지원, 주택 완공 인도 지원 등 부문별로 다양하다.
주택 소비를 늘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차례에 걸쳐 0.35%포인트 낮췄다. 지역별 금리 하한을 한시적으로 인하·철폐했다. 또 주택공적금(도시 근로자·기관·기업 등이 납부하는 의무성 장기저축제도) 대출 금리는 2015년 8월 이후 처음으로 0.15%포인트 내렸다. 같은 지역에서 주택 매각 후 1년 내 새로 구입하면 개인소득세를 환급해 주기로 했다.
부동산기업 자금조달 차원에선 △6개 국유 은행당 부동산 금융지원 1000억위안(약 18조5000억원) 확대 및 부동산 기업과 1조6000억위안 신용공여 업무협약 체결 △인민은행 재대출을 이용한 민영기업의 2500억위안 규모 채권 발행 지원 △부동산 기업 대출 연장 등 16개 금융지원 조치 시행 △부동산 기업의 인수합병(M&A)후 상장 허용 및 비공개 증자 허용 등을 제시했다.
주택 완공 인도의 경우 관련 4000억위안 규모의 관련 특별대출과 무이자 재대출을 지원하며, 각 지방정부가 책임을 지고 미완공 프로젝트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시한 것이 골자다.
올해 정책도 부동산에 방점이 찍혀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류궈창 부총재는 지난해 12월 중순 2022~2023년 중국경제 연차포럼에서 "부동산이 주민 생활과 재산, 거시경제 순환, 산업사슬 안정, 정부 재정,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다"며 "민생안정을 지향점으로 금융 감독 관리 제도를 최적화하고 지원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민영기업과 국유기업의 차별을 없애고 은행 대출채권 발행, 비공개 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을 모두 허용할 방침이다. 주택완공 인도 지연 문제가 부동산 시장 전반적인 신뢰를 하락시켜 주택구입 수요를 위축시킨다는 판단에 따라 공사가 중단된 프로젝트의 빠른 재개를 지원할 계획이다.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등 소비 촉진 대책도 병행한다.
■꽉 막힌 유동성, 채무 눈덩이
부동산기업의 자금난은 채무불이행 현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채권의 경우 2021년 61건(686억위안)이었으나 2022년엔 166건(1966억위안)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외화 채권도 같은 기간 11건(57억달러)에서 50건(186억달러)로 급증했다.
2020년 기준 판매순위 30개 상위기업 가운데 헝다, 롱촹, 스마오, 쉬후이, 진커, 양광청, 중량지주, 롱신그룹, 푸리부동산, 쟈자오예 등 12개 기업이 지난 2년 동안 채권의 원리금 상황에 실패했다.
위안화 채권시장 채무불이행에서 부동산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9.5%에서 2021년 23.9%, 2022년 76.8%로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자금난은 공사 미완공 증가와 부동산 개발투자 증가율 하락, 소비자의 외면을 양산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부동산 투자 증가율은 2021년 1~2월 이후 20개월째 떨어진 마이너스(-) 9.8%였다. 주택완공 면적은 19.0% 감소했다. 중국 100대 부동산개발업체의 12월 신규주택 판매율은 전년동기 대비 30.8% 감소했다.
루진그룹 단웨이뱌오 회장은 "지난해 전국 분양주택 판매액은 지난 7년 간의 지속적인 성장에 작별을 고하는 등 업계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앞으로 시장 규모가 합리적으로 하락할 수 있어 새로운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부동산기업 자금조달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선공급 안정·후 소비 활성화라는 논리다. 주징 상쿤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비교적 취약하고, 신뢰 회복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부동산기업의 자금 유동성 문제는 더 정교한 정책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제일보는 사설을 통해 "부동산기업은 자금이 부족하고 주택은 미완성인 경우가 많다. 현재 분양 상황에선 한번 사면 판매가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구매를 두려워한다"고 했다. 또 "부동산기업과 부동산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등 공급 측면의 강력한 지원은 주택 구매자에게 부동산 시장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낙관론 펼치는 中정부·매체
2년여에 걸친 정부의 부동산 살리기 정책에도 속도감 있는 회복은 사실상 힘들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2009년 6월(4.34%) 이후 최저 수준인 4.30%까지 하락했어도 신규 주택 판매(1~11월 -26.6%)는 여전히 부진하다.
주택가격상승 기대율 역시 통계 편제 이후 최저치인 15%대로 떨어지는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신뢰는 낮은 상황이다. 게다가 은행별로 부동산 대출이 증가하고 상환기간 연장 대출을 정상대출로 인정한 것은 금융기관 건전성과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 베이징대표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부동산 부문은 지난해 큰 폭의 투자 감소와 판매 부진으로 역성장한데 이어 올해도 개선이 지연되면서 GDP 성장률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수시로 부동산 부양 정책을 강조하고 일부 관영 매체는 연말과 연초 주요 도시 신축 주택 거래면적과 고객의 영업소 방문 단기적 증가했다는 등의 근거를 제시하며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전망보다는 기대에 가깝다.
지에미엔신문은 "2023년 부동산 시장은 U자형의 바닥 상승 단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회복은 느릴 것이며 시장과 기업 자체의 유동성이 회복돼야 외부자금도 수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영향을 받아 지난 1개월 동안 거리부동산 62.21%, 신화롄 25.16%, 산샹인샹 11.69% 등과 같은 부동산기업의 주가가 올랐다.
이쥐기업그룹의 딩주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마지막 날 공개 강연에서 "분양주택 거래액은 13조300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고 업계 전체 매출 규모는 2015년으로 돌아갔다"면서 "올해 상반기에도 부동산시장의 압력은 높다. 6월이 안정의 중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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