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차 동력 훼손될라… 당권 집안싸움 ‘사전정리’ 분위기

이현미 2023. 1. 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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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나경원 전대 도전 ‘부정기류’
羅 “출산시 대출탕감” 발언 대해
대통령실 이례적 공개 반박하자
羅 “돈 없이 저출산 극복없다” 밝혀
해촉 검토 등 내부서 비토 목소리
尹, 김기현에 장남 결혼 축하 전화
나경원 출마 땐 ‘친윤분산’ 효과
비윤 유승민 당권도전에도 영향
안철수 9일 공식출마 선언 예고

윤석열 대통령이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도전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측은 전대가 자칫 집안싸움으로 번져 최근 확보한 개혁 동력을 떨어뜨리거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검찰 조사 등에 쏠린 여론의 관심이 분산될 것을 우려하며 ‘전대 흥행’보다는 조용하게 사전 정리에 나서는 분위기다. 나 부위원장이 이번주 내 당권 도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8일 통화에서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에게 (저출산위 부위원장, 기후환경대사 등) 두 자리를 준 건 그 일을 열심히 해달라는 뜻으로 (당권 도전을 하면)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심지어 부총리급”이라며 “(너무 욕심 부리면) 지금 갖고 있는 것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왼쪽)과 이미 출사표를 던진 김기현 의원이 지난 5일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통화에서 나 부위원장의 ‘출산 시 대출 탕감’ 발언에 대해 “황당한 소리다. (대통령실과) 전혀 조율이 안 된 이야기”라며 “우리 정부는 그런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은 지난 6일 나 부위원장의 ‘대출 탕감’ 발언에 즉각 브리핑을 열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나 부위원장의 언행은 수십조원이 들어갈지도 모를 국가적 정책에 대해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공직자로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며 “대통령실은 나 부위원장의 처사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이 △취임 이후 저출산위 회의를 제대로 열지 않은 점 △대통령실과 조율하지 않은 정책에 대해 계속 개인 의견을 굽히지 않는 점 등을 언급하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나 부위원장에 대해 불신임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나 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인이 생각하는 정책을 굽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불쾌감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의 해촉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통령실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도 전했다.

여권에서 나 위원장에 대한 비토 정서가 커지는 것과 달리 김기현에게 ‘윤심’은 더 바짝 다가서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은 김 의원과 두 차례 ‘관저 만찬’을 한 데 이어 지난 7일엔 가족과 친지만 초청한 채 조용히 치른 김 의원 장남 결혼식과 관련해 뒤늦게 보도를 확인하고 직접 축하전화를 건 사실이 공개됐다. 통화 취지는 ‘경사를 왜 알리지 않으셨나. 축하드린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김 의원에게 윤심이 확연하게 쏠리는 듯한 최근 분위기는 집권 2년 차를 맞아 지지율이 오르고 개혁 동력이 생겨나는 상황에서 자칫 당권 주자 간 경쟁이 집안싸움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윤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여당 전대보다는 민주당 이 대표 수사 정국이 더 부각되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기류와도 맞닿아 있다.

나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는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의 최대 변수다. ‘당원투표 100%’로 치러지는 이번 전대에서 나 부위원장은 여권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 의원보다 인지도 측면에서 앞서고, 또 다른 유력 당권 주자 안철수 의원보다 당내 기반이 탄탄한 나 부위원장이 등판한다면 두 주자 모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당내 비윤(비윤석열)계의 구심점이 된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 부위원장이 끝내 등판해 친윤 표심이 분산되면 유 전 의원이 출마 결심을 굳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권 주자들은 여의도에 선거 캠프를 차리며 본격적인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대산빌딩에 사무실을 차린 김 의원은 9일 캠프 개소식을 한다. 이달 초 극동VIP빌딩에 사무실을 계약한 안 의원도 같은 날 공식 출마한다.

이현미·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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