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 정책의 대전환이 불러온 변화
[세계의 창]
[세계의 창]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소장
최근 중국이 엄격한 방역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갑자기 바꾼 것은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중국 국민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급격히 이뤄진 정책 변화는 큰 변화와 우려를 낳았다. 중국 방역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회의 기록에는 지난달 초부터 보름 동안 중국의 코로나19 누적 감염자 수가 2억명을 넘었다고 밝히고 있고, 국제기구들은 중국에서 최소 6억명이 감염되고 100만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최근 중국 당국의 전염병 통계의 신뢰성에 불안감을 나타냈다. 결국 최근 세계 각국은 중국발 입국자 정밀검사에 나서는 등 코로나 추가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방역 대전환에 관한 나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 공산당의 엄격한 전염병 예방 및 통제는 오랫동안 대중의 불만을 키웠고, 지난해 11월 초 수십개 도시에서 항의의 뜻으로 백지를 들고 나서는 ‘백지 운동’으로 폭발했다. 백지 운동이 방역정책이 완화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지적이 많고, 중국 관영 언론도 방역통제 완화가 민심에 순응하고 다양한 사회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중국 사회세력의 역량을 너무 높이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중국 정부는 이전과 달리 이 운동을 꽤 용인했고, 한편으로 이는 사회적 압력과 불만을 해소하는 구실을 했다.
더 들어가 보면 또 다른 각본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이는 중국 당국이 의도한 그림일 수 있다. 엄격한 방역정책이 지속되면서 지방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고,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번지면서 사실상 전국 각지가 이미 통제불능에 빠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지난해 10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20차 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숨겨졌다. 당대회 이후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데 이유가 필요했고, 백지 운동이 그 구실이 됐을 수 있다. 중국 각지에서 백지 운동이 발생한 뒤 인터넷 차단이 이전만큼 엄격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추론할 수 있다.
둘째, 지난달 25일 ‘전국 코로나 방역업무 화상회의’에서 중앙방역영도소조 팀장인 리창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코로나19를 ‘을종·을관’으로 내리면서, 지난 3년 동안 중국 당국이 방역 과정에서 이룬 “엄청난 성과”를 “완전히 알고 있고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여전히 중국이 가장 위험한 순간에 바이러스의 공격을 피하고, 바이러스의 독성이 크게 낮아진 뒤 문을 열어 집단면역을 갖춰 경제회복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기존 제로 코로나 정책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있다.
셋째, 지난달 방역 완화 이후 각 지방정부는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저장성은 지난달 말 하루 100만명, 최대 200만명까지 감염된다고 밝혔고, 쓰촨성과 베이징은 감염자 비율이 80%를 넘는다고 했다. 칭다오시는 하루 50만명, 둥관시는 30만명이 감염된다고 밝혔다. 이는 1950~60년대 대약진 시기 통계와 관련한 기억을 상기시킨다. 중앙정부가 제로 코로나를 요구하면 지방은 감염자 수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니 감염자 수를 급격히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국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방정부는 거의 방역을 포기했고 주민들은 약품을 사서 스스로 구제에 나서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방역정책의 대전환은 중국 공산당이 의도한 것일지라도 시 주석의 권위를 깎아내릴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 정치 환경에서 그의 권위가 손상됐다고 해도 도전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처럼 권력을 더욱 세게 움켜쥐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시스템과 치료능력, 생명 중시를 고려하지 않는 이런 급격한 정책 변화는 지금 당장 중국 공산당 통치에 명백한 도전을 초래하지는 않더라도 민중의 정치적 신뢰에 이미 충격을 주고 있고, 중국 공산당의 미래 통치에 예상치 못한 복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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