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어닝쇼크 현실로… 상반기까지 역성장
코스피 연간영업익 189조 '6.6%↓'
SK하이닉스 적자… 철강도 급감
경기 둔화에 상장사 눈높이 낮춰
작년 4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돌아온 가운데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어닝 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실적을 내놓으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2021년 4분기 기저 효과와 경기 침체 우려가 반영되면서 올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전년 대비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78곳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삼성전자는 잠정실적 반영)은 189조549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202조9037억원) 대비 6.6% 줄어든 수치다. 상장사들의 실적 눈높이가 계속 낮아지면서 3개월 전(207조6563억원)은 물론 1개월 전(195조2493억원)과 비교해서도 전망치가 각각 8.7%, 2.9% 줄었다.
4분기 컨센서스(최근 3개월간 증권사에서 발표한 추정치의 평균)만 떼어놓고 봐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증권사들은 앞다퉈 4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 우려가 부각되는 가운데 금리 급등으로 인한 기업들의 이자 비용 부담이 상승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최근 4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예상 영업이익은 39조7000억원으로 기존 컨센서스 대비 5.1% 하향 조정됐다. 순이익 추정치도 직전 추정치(28조원)보다 3.5% 하락한 27조원으로 내렸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평균적으로 4분기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컨센서스가 하향되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최근 5년 평균치보다 실적전망 하향이 더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실적발표 직전 2주간 4분기 코스피 전망치 하향폭은 영업이익이 -2.0%, 순이익이 -1.2%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에 예민한 반도체 업종의 경우 4분기 실적 하향 조정이 두드러진다. 지난 6일 삼성전자가 연결 기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000억원)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고, LG전자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7453억원)보다 91.2% 감소한 65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2위 기업 SK하이닉스의 경우 4분기 7000억원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적자 전환시 분기 기준으로 영업손실 150억원을 기록한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이다.
글로벌 TV 판매 위축에 LG디스플레이도 4분기 영업손실 57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이 예상됐다. LCD와 OLED 수요 부진에 따른 출하 감소와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에 LG디스플레이는 작년 2분기부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간 기준 LG디스플레이 영업손실 추정치는 1조7873억원에 이른다.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롯데케미칼도 3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현재 영업손실 추정치는 4분기 887억원, 2022년 연간으로 4388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은 작년 11월 기업설명회에서 4분기에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전망했으나, 업황 부진 지속과 나프타 가격 하락 등에 적자를 지속한 것으로 추정된다.
철강 업종도 시황 악화 영향으로 실적 둔화세가 눈에 띈다. 포스코홀딩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보다 66.79% 줄어든 7865억원이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854억원으로 전년 4분기 대비 75.99% 급감할 것으로 추산됐다.
업종별로는 3개월 전에 비해 전기·전자(-39.13%), 보험(-50.10%), 운수창고(-22.69%), 증권(-16.74%), 건설업(-16.09%) 등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크게 줄었다. 여기에 실적 하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다른 업종에서 어닝 쇼크가 발생하면 연간 이익은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비교적 호실적이 예상되는 업종은 자동차와 배터리 등이다.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보다 91.31% 증가한 2조9265억원, 기아 영업이익 전망치는 93.99% 늘어난 2조2796억원이다. 전기차와 신차를 중심으로 판매 호조가 이어지면서 두 회사는 2022년 연간으로도 최대 실적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내 최대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62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11.1%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SDI의 4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21.93% 증가한 5894억원으로 예측됐다. 다만 배터리 업체들은 원·달러 하락과 일회성 비용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당초 시장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 12개월 선행 순이익은 3개월전 대비 17% 감소한 150조원"이라면서 "주식시장 전체 주당순이익(EPS)은 하향 조정되고 있고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11배, 0.8배"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적 감익과 함께 코스피 PER 상승이 나타나 밸류에이션 부담이 증가되고 있지만 PBR 관점에서는 하방 리스크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증시 변동성도 당분간 커질 수 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물가와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내수 위축, 주요국 경기 둔화로 인한 대외 수요 악화로 국내 경기 둔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국내외 경기 선행지수 흐름을 감안해 보면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동행지수 하락과 함께 경기 하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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