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은행들의 염치없는 성과급 잔치

2023. 1. 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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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주요 시중은행들이 기본금의 300~400%에 달하는 직원 성과급을 약속하고 나섰다고 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서민들은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자를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은행들의 성과급 잔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매우 싸늘하다.

은행의 큰 영업이익 뒷면에서는 코로나19와 디지털 금융을 이유로 근무시간 감축과 영업점 축소가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에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은행 사업자의 사회적 책무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1월~9월)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누적 순이익은 11조 220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같은 기간(9조 5017억원)에 비해 18%나 늘어난 규모다. 아직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4분기에도 비슷한 추이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은 성과급을 경쟁적으로 높게 책정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기본급의 361%, NH농협은행은 기본급의 400%, KB국민은행은 기본급의 280%에 특별격려금 340만원도 지급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우리은행도 비슷한 수준에서 성과급이 결정될 전망이다.

사업자가 이익이 많이 나서 이를 직원과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최근 은행의 수익 급증은 혁신적 상품 개발이나 글로벌 투자를 잘했기 때문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코로나19의 영향과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에서 3.25%로 가파르게 올랐다. 은행들도 현재 대출은 물론 과거 대출의 이자율까지 높이면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으로 손쉽게 큰 이익을 남겼다.

은행들의 영업이익 확대에는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확산으로 인건비 감소도 한몫하고 있다. 경영합리화라는 이름으로 폐쇄되는 지점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3년간 전국의 은행 영업점포가 900개 가까이 사라졌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은 아예 오프라인 지점이 없다.

이는 금융당국의 책임이다. 디지털 금융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어를 모르면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을 하기 힘들다. 젊은 세대에게는 간단해 보이는 앱 조작 역시 어르신들에게는 부담스럽다. 그렇기에 재래시장 인근 영업점에는 어르신들로 북적거린다. 그만큼 오프라인 지점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는 것이다.

3년 전 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였다. 하지만 은행들은 코로나19를 이유로 30분 늦게 문을 열고, 30분 일찍 문을 닫아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완화됐지만 은행의 영업시간은 그대로다. 당연히 고객들의 불만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점심시간에 일부 지점의 문을 닫겠다는 은행마저 나왔다. 영업점을 줄이고, 대면접촉 시간을 줄이고 대신 디지털 금융을 늘리는 것이 효율적인 경영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은행에게 부여된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이다.

미국의 은행원들은 주중 정상근무는 물론, 토요일에도 근무한다. 미 전역 4700개의 지점을 둔 JP모건 체이스뱅크는 주중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토요일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혹은 2시까지 문을 연다. 심지어 토요일 오후 4시까지 여는 곳도 있다. 시티은행은 주중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엔 오전 9시 혹은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은행 창구를 열고 있다.

주말인토요일에도 직원들이 출근하는 것은 주중에 은행을 찾지 못하는 고객들을 위한 배려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의 근무시간은 모두 똑같다. 금융노조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중앙전산시스템이 작동을 멈추면 개별 지점에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핑계만 댄다. 토요일에도 영업하겠다는 '메기'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은행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허가산업이다. 정부가 소수의 사업자에게 면허장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은 고금리와 부동산자산 하락에 생활비를 줄이면서 이자 마련에 힘겨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의 사상최대 이익과 성과급 잔치는 정부의 면허장을 오용한 결과일지 모른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영업시간 확대, 현 영업점 유지를 강제해야 한다. 인터넷은행도 1개 이상 오프라인 영업점을 설치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남녀노소 누구라도 차별 없이 모든 금융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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