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1초 급한데…' 수방사엔 北무인기 알리지 않았다(종합)
대공 감시강화 '두루미' 뒷북 발령엔 "작전조치 중이었다" 해명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군 당국이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상황 보고·전파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이 있었단 사실을 시인했다.
군이 이번 북한 무인기 대응작전을 수행하면서 그 격추·포획에 실패한 건 장비 운용여건 등의 '물리적 한계' 때문이었다면, 상황 보고·전파가 늦어진 건 근무 태도와도 연관됐을 수 있단 점에서 관련자 문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8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번 북한 무인기 도발 대응과정에서 군의 작전·정보 분야 기능과 임무 수행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종합 검열을 진행 중이다. 검열은 당초 지난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시한을 정하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다.
군 당국의 발표와 국회 보고 사항 등을 종합해보면 우리 육군 제1군단의 국지방공레이더 운용요원이 레이더 스크린상에서 북한 무인기 추정 항적을 처음 발견한 건 지난달 26일 오전 10시25분이다. 그러나 합참의 사후 검열과정에선 해당 무인기 항적이 이보다 6분 앞선 오전 10시19분쯤부터 스크린상에 떠 있었단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 무인기의 비행속도가 시속 약 100㎞ 수준이었단 군 당국의 기존 설명을 감안했을 때 6분이면 약 10㎞를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에 대해 합참은 "1군단 레이더 운용요원은 10시19분에 북한 지역에서 '미상 항적'을 최초 포착해 추적했다"며 "이후 미상 항적을 평가하는 과정 중 북한 지역에서 남쪽으로 이동하자 10시25분쯤 '특이 항적'으로 판단해 군단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1군단 레이더에 탐지된 이 북한 무인기는 경기 파주·김포 일대를 지나 서울 북부 지역 상공까지 날아왔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주변에 설정돼 있는 비행금지구역(P-73) 북단도 일시 침범했다.
우리 군은 공군 KA-1 경공격기를 띄워 이 무인기를 계속 추격했지만 주택가 상공 등을 나는 바람에 북한으로 돌아갈 때까지 격추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합참의 이번 검열 과정에선 △북한 무인기 침투 당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는 즉각 상황 전파를 받지 못하고, △대공 감시를 강화하는 '두루미' 발령은 1군단의 무인기 식별 보고 뒤 90여분이 지나서야 이뤄진 사실 등도 추가로 확인됐다.
군의 작전지침상엔 북쪽으로부터 남하해온 '미상 항적'이 포착되면 무인기 판정 여부와 상관없이 즉각 상급부대 보고와 인접 부대에 대한 상황 전파 등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단 얘기다.
실제 수방사 방공여단은 사건 발생 당일 오전 10시50분쯤 자체적으로 서울 상공의 '이상 항적'을 포착한 뒤 오전 11시27분쯤 직접 대응 작전을 개시한다고 합참에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 무인기 침투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게다가 북한 무인기 침투에 따른 공군작전사령부의 두루미 발령은 낮 12시쯤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육군과의 협조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합참은 "1군단과 수방사 간 상황을 공유하고 협조하는 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두루미'를 바로 발령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합참은 "우리 군은 '두루미' 발령 이전부터 남하한 미상 항적을 북한 무인기로 판단하고 대공감시 강화, 공중전력 긴급 투입, 지상방공무기 전투대기 등 필요한 작전 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당일 오전 11시39분쯤 강원도에선 북한 무인기 대응을 위해 원주기지를 이륙한 공군 KA-1 경공격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났다. 이륙 대기 시간 등을 감안할 때 '두루미' 발령 전에 이미 조치를 시행 중이었단 합참의 설명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합참 검열실에선 당시 북한 무인기 도발 및 각급 부대의 대응조치 상황을 분 단위로 일일이 대조하며 관련 매뉴얼 준수 여부, 그리고 작전 수행 중 발생한 문제점 의 인과관계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합참의 이번 전비태세검열 결과를 토대로 책임자 문책을 비롯해 군 지휘체계 개편 등 후속 조처를 종합 판단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아직은 전비태세검열 결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건을 은폐하거나 왜곡할 의도는 전혀 없다. 전비태세검열 결과는 투명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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