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기 PC산업계, 역경을 극복할 지혜와 역차별 해소
지난 2022년은 PC업계에 큰 시련의 한 해였다. 코로나19 장기화와 PC업계에 닥친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적 물가상승이 동반됐고, 좀처럼 볼 수 없던 환율상승과 더불어 금리 인상까지 이어졌다. 중소 PC업계의 경영은 더욱더 어려운 한 해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몰고 온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은 PC 생산업체의 목을 옥좼다. 이대로 경영을 지속해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중소기업에는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자다'라는 격언을 곱씹으며 버티기에도 급급하던 시기였다.
러시아-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아웃포스트'(The Outpost, 2020) 가운데 주인공이 전초기지에서 '상황은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다'(It does not get better)는 글귀를 보게 된다. 이 장면에서 “여기서 살아만 있으면 이기는 거다”(we all stay alive out here, we win)라는 주인공의 대사가 오버랩된다.
PC업계를 둘러싸고 있는 요인 가운데 긍정적인 게 하나도 없다. 중소 PC생산업계는 부품 결제를 모두 달러로 한다. 지난해는 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아 팔아 봐야 남는 게 없다는 말이 실감 나는 한 해였다. 오죽했으면 “적자가 나니 영업하지 말라”고까지 해야 하는 슬픈 일까지 일어났을까.
이런 고충을 정부가 고려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난해 11월 한 일간지에 “중소기업 PC업계가 정부와의 다수공급자계약(MAS)에서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이면서도 타 업종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다”는 기사가 실렸다. 타 종목은 낙찰하한율이 90%인데 PC는 발주 규모에 따라 최대 80%까지 차등 적용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는 12월 “정부조달 MAS 2단계 계약의 출혈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 기준금액 1억원을 3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낙찰하한율을 90%에서 95%까지 조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역차별로 경영이 악화하고 있어 이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수용할 수 없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PC업계는 마이너스 영업이익이라는 사태까지 직면하고 있다. 이런 암울한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공장을 가동하지 않으면 그나마 삶을 영위하는 직원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 적자 폭 최소화에 초점을 맞추고 생존의 몸부림을 이어 가는 상황이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우리에게 드리워진 경영 환경은 여전히 어두운 긴 터널이다. 새해에는 좀 더 나은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희망 고문만 이어 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물가와 금리 상승도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환율은 그나마 상승세가 주춤한 상태지만 아직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전반적 경제환경은 좋지 않다.
거기에 더해 정부는 5년에 걸쳐 데스크톱PC 63만대를 업무용 노트북(온북)으로 전량 대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데스크톱 생산 중소업체는 관수시장에서 사라지고, 공장문은 닫을 수밖에 없다. 그 자리는 국내외 대기업이 채울 것이다.
최근 정부는 ESG 도입 기반 조성을 위해 중소기업에도 공공조달 입찰 시 ESG 가점을 줄 계획이다. ESG가 대세적 흐름이긴 하지만 이는 중소기업에 또 다른 비용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첩첩산중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나 특혜까지 원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역차별이라도 개선,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숨통이라도 틔워 줬으면 한다.
PC업계도 돌파구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제는 생존을 걱정하는 엄중한 시기다. 살아남기 위해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대체상품 개발과 사업 다각화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종(種)은 강하거나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하는 종”이라고 했다. 우리도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순응하고 변화하면서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자.
김동수 정부조달컴퓨터협회장(트리엠 대표) david@tre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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