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뇌파검사’ 해보니...CES의 또다른 주인공 ‘헬스케어’[CES 2023]

이재덕 기자 2023. 1. 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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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덕 기자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3 행사장에 있는 아이메디신의 부스에서 헷멧 장비를 쓴 채 뇌파검사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이 한창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아이메디신’이라는 한국 업체의 부스에서 ‘뇌파검사’를 받기로 예약한 날이다. 아이메디신은 전극이 달린 헬멧(뇌전도 스캐너)으로 뇌파를 측정해 ‘알츠하이머(치매의 한 종류)’와 이의 전조증상인 ‘경도성 인지장애’ 등을 미리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업체다. 강승완 대표는 “휴대용 뇌전도 스캐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엔지니어인 코디 뉴먼이 기자의 이마와 귀 등을 물티슈로 문지르더니 전극이 여러 개 박힌 헬멧을 씌웠다. 움직이지 말고 편안히 있으라고 했다. 눈 감고 2분 30초, 눈 뜨고 2분 30초. 눈앞의 태블릿 PC에서는 ‘맥파(PPG) 그래프’가 지그재그로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검사는 5분 만에 끝났다. 빅데이터로 분석해 보통은 10분 후면 결과가 나온다. 다만 이날은 직원 모두가 밀려드는 검사 예약자들을 상대하고 있어 결과지를 저녁쯤 받아보기로 했다. 이 검사 결과 ‘위험군’으로 나오면 병원으로 가서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어르신들은 뇌파검사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아주 많은데 병원에 가서 검사 한번 받으려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며 “보건소나 경로당 같은 곳에서 이 기기로 위험도를 측정한 뒤, 위험군부터 우선 병원을 찾는다면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미리 예방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CES에서 헬스케어 분야는 자동차와 함께 규모가 커진 전시 분야 중 하나다.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지난해에는 애보트라는 업체가 헬스케어 업체로는 처음으로 CES에서 기조연설을 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번 CES에서 애보트 전시관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 중 하나였다. 이 업체는 전극선이 없는 초소형 심박조율기를 가져왔다. 심박조율기는 정상보다 맥박이 느릴 경우 심장에 전기 자극을 주는 의료기기다. 애보트는 이 기기로 CES로부터 혁신상을 받았다.

산토리의 장 건강을 보여주는 ‘것 노트’ 앱 시연 모습. 산토리 제공

맥주, 위스키로 유명한 일본의 주류기업 산토리는 스마트폰으로 장 속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것 노트(Gut Note)’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했다. 스마트폰의 마이크 부분을 배꼽 근처에 1분간 대고 있으면 산토리의 앱이 배 속에서 들리는 소리만 추출해서 상태를 분석한다.

이 업체 직원은 “장이 잘 움직이고 있는지, 설사나 변비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머신러닝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알아낸다”고 설명했다. 술 만드는 회사가 왜 고객들의 장 건강을 염려하냐고 묻자 그는 “그래야 고객들이 산토리 위스키를 더 많이 마실 수 있잖아요”라고 했다.

이날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자 이메일이 와 있었다. 아이메디신에서 보낸 검사 결과지였다.

“교감신경계(SNS)와 부교감신경계(PNS)가 불균형합니다. 가벼운 우울증, 어지러움, 소화불량 등이 나타날 수 있으니 스트레스와 식단을 관리하고 잠을 충분히 자야 합니다. ‘기억성 경도인지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같은 성별·연령대 평균보다 높습니다.”

순간 뒷목이 당기고 식욕은 달아났다. 귀국하면 바로 병원이라도 가봐야 할까. 밤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론 다소 불편한 진실이지만, CES에서 보여준 ‘인간을 위한 기술진보’가 어디까지 나아갈지 궁금해졌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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