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다시 열린 中 국경 …"격리 없이 바로 가족과 만나 기뻐요"
베이징 공항 오전부터 북적
상봉한 가족과 포옹하며 눈물
홍콩과도 3년만에 왕래 재개
"보아오포럼 등 성대히 치를 것"
비행편수 적어 여행객 증가 한계
"3년 만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중국에 코로나19가 많이 확산하고 있다고 들었지만, 불안감보다는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됐다는 기쁨이 훨씬 큽니다."
중국 베이징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다 직업을 위해 3년 전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간 리아나 씨는 8일 베이징 서우두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돌아왔다. 공항에 마중 나온 아버지, 어머니와 격한 포옹을 나눈 그는 "부모님이 많이 보고 싶었다"고 울먹였다. 그가 입은 티셔츠에는 아버지가 교수로 재직 중인 베이징대가 중국어로 새겨져 있었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강제해온 입국자 시설 격리 제도가 폐지된 이날 서우두공항 국제선 입국장은 오전부터 분주한 모습이었다. 가족이나 친구를 마중 나온 사람은 물론 격리가 사라진 입국 현장을 취재하려는 내외신 기자 수십 명이 입국장 게이트 주변에 모여들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서우두공항 국제선 입국장은 사실상 빈 채로 있었다. 과거 중국에 입국한 내외국인은 입국장 게이트를 통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공항에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은 후 공항 내 방역버스를 이용해 바로 격리시설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장 4주에 달했던 시설 격리는 중국행을 막는 최대 장애물이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 해외 유입을 차단할 목적으로 입국자에 대한 강제 시설 격리를 시행해왔다. 시설 격리 기간에 10여 차례에 달하는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해 최종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만 사회로 내보내는 정책을 펼친 것이다.
이런 무관용 방역 정책은 국제사회에서 큰 비난을 받았다. 한때 격리자들에 대해 항문 검사까지 실시하면서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 같은 격리 정책으로 중국이 스스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것이다.
이에 중국 방역당국은 지난해 11월 '시설 격리 5일+자가 격리 3일'(베이징 기준)로 격리 기간을 대폭 줄인 데 이어 '위드 코로나' 전환과 함께 8일부터 시설 격리 제도 자체를 완전히 폐지했다.
이처럼 중국 하늘길이 다시 열리자 미뤄뒀던 중국행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중국인 왕예 씨도 이날 시설 격리 폐지 시점에 맞춰 베이징을 방문했다고 했다. 서우두공항에서 만난 왕씨는 "격리 폐지 소식을 듣고 바로 베이징행 비행기표를 구매했다"며 "공항에 내렸을 때 PCR 검사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방역과 관련된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위해 가족과 함께 고향인 영국에 갔다가 베이징으로 돌아왔다는 스티븐 씨는 "중국에서 격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날부터 중국과 홍콩 역시 3년 만에 격리 없는 인적 왕래를 재개했다. 양측은 접경지역 7개 검문소를 통해 하루 총 6만명씩 양방향 여행객의 입경을 허용했다. 양방향 여행객은 나란히 출발 48시간 전 PCR 검사 음성 증명서만 제시하면 된다. 과거에는 홍콩에서 중국으로 들어갈 때도 해외 입국자처럼 2~4주간 격리가 필수적이었다.
홍콩 정부는 전날 정오 현재 40만여 명이 중국으로의 입경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를 앞두고 3년 만에 중국으로 돌아가려는 수요가 많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5일 저녁 검문소 예약 시스템이 열리자마자 춘제 연휴 직전인 19∼20일 예약은 바로 마감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올해 국경 빗장을 활짝 열면서 대형 오프라인 국제 행사 개최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포럼이 올해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 수준으로 성대하게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9년에는 14개국 정상과 각국 장관급 인사 140여 명을 포함해 60개국 인사 2000여 명이 보아오포럼에 참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주로 온라인 방식으로 보아오포럼을 진행했으며 오프라인 세션에는 제한된 인원만 참석이 허용됐다.
아울러 작년 개최할 예정이었다가 연기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오는 9월 23일∼10월 8일 열린다. 또 2021년 4월 개최 예정이었다가 거푸 연기된 청두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도 7월 개막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을 오가는 내외국인이 당장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세계 각국이 중국 여행객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있고 여전히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 여행 사이트 시트립에 따르면 1분기 중국발 외국행과 외국발 중국행 항공편 모두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대비 89%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날 오전 서우두공항 전광판에 표시된 당일 도착 국제선은 8편에 불과했다.
[베이징/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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