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파기에 색깔론까지···정부 대북정책, 새해 급격히 ‘과거 회귀’

박광연 기자 2023. 1. 8. 17: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북한의 핵위협과 무인기 도발 등이 이어지면서 새해 초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급격히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남북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와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무인기 대응 책임론을 둘러싼 색깔론까지 등장했다.

현 정부 출범 당시부터 예견되긴 했지만 새해 들어 대북 ‘강 대 강’ 기조는 급속도로 강화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이를 전면에서 이끌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국가안보실에 지시했다. 2018년 체결된 9·19 군사합의는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합의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북한의 고강도 도발로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다.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는 대북 적대행위 재개 검토에 곧바로 착수했다. 통일부는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시 남북관계발전법상 금지된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이 가능한지 법적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음날 “다양한 전략과 전술 등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있다”며 북한 도발에 대한 ‘압도적 대응’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대북 강경 대응 배경엔 북한의 강력해진 위협이 작동하고 있다. 북한 무인기가 지난달 26일 군사분계선을 남하해 군 방공망을 뚫고 서울 상공을 비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 성격의 노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보도에서 “명백한 적”인 한국 전역을 겨냥한 “전술핵 다량 생산” 방침을 밝혔다.

북한 무인기 도발과 이후 윤 대통령의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 발언, 김 위원장의 전술핵 위협, 윤 대통령의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시사 등이 맞물리며 연말연초 남북 대결과 이에 따른 한반도 긴장은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특히 남북 간 극단적 충돌을 억제하던 9·19 군사합의가 효력 정지될 경우 긴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는 북한의 강한 반발을 야기해 더 큰 도발을 자극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와 여당은 군의 북한 무인기 대응 비판에 대해 ‘종북’ 색깔론까지 꺼내들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중심의 비행금지구역 안으로 북한 무인기가 침범했다는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자 여권에서 ‘북한 내통설’을 꺼낸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5일 “국방부도 합참도 모르는 정보를 어디에서 입수한 것인지 자료의 출처에 대해 당국에서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고, 같은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신원식 의원도 “민주당이 우리 군보다 북 무인기 항적을 먼저 알았다면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고 자백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군의 무인기 대응 미비가 현 정부 ‘안보 무능론’으로 비화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근거 없는 색깔론까지 꺼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남북 관계 전문가는 “현 정부가 지나치게 대결 중심적으로 접근하면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북한과의 관계 개선 모멘텀이 없을 수 있다. 북한도 현 정부에 대한 혐오 의식이 너무 짙은 상황”이라며 “대화를 통해 남북 관계의 해법을 균형적으로 모색하는 구상이 함께 가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