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년간 국내 유턴기업 126개가 말해주는 척박한 기업 현실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를 지원하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됐지만 유턴기업은 고작 126개에 그쳤다. 같은 기간 해외에 신설된 법인이 3만개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초라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리쇼어링 정책을 펴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유턴법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사실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은 2014년 유턴기업이 340개였는데 2021년 1844개로 5배나 늘었다. 일본도 유턴기업이 매년 600~700개에 달한다. 유럽 주요국과 대만도 한국에 비해 훨씬 많은 기업이 복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 속한 기업이 복귀하면 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는 물론 보조금과 공장 이전 비용까지 제공한다. 미국이 시행하는 반도체산업 육성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사실상 '기업 유치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도 유턴기업이 신축 건물을 짓거나 생산공정과 설비를 도입할 때 보조금을 지급한다. 혁신기술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도 깎아주고 있다. 한국은 투자보조금과 고용창출장려금 등 명목으로 유턴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요건이 너무 깐깐해 헤택을 받기 쉽지 않다. 예컨대 해외 사업장의 최소 25%를 청산·양도 등을 통해 축소하고 동일한 제품의 생산시설을 국내에 신설 또는 증설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자격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복귀하고 싶어도 못 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유턴기업이 늘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고 경기 침체 극복에도 큰 도움이 된다. 미국·베트남·싱가포르·폴란드·헝가리 등 기업이 몰려오는 국가의 공통점은 법인세가 낮고 양질의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에 비해 한국은 법인세가 높고 경직된 노동시장 탓에 유연한 인력 운용이 어렵다. 유턴기업을 늘리려면 자격 요건 완화와 파격적인 지원과 함께 척박한 기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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