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연준은 올해 금리를 내릴까
시장은 '연내 인하'에 베팅
연준 오판과 경기침체 영향
고금리 시대 리스크관리 필수
"2023년에 금리 인하 계획은 없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시장의 피벗(방향 전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종전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이상한 일은 그 후 월가에서 벌어졌다. 파월의 매파 발언에 미국 국채 금리가 뛰어야 하는데 오히려 떨어지기 시작했다. 10년물은 3.5% 밑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미 선물 시장도 여전히 올해 하반기 한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9명 중 17명이 올해 미국 최종 금리를 5% 이상으로 전망한 데다 누구도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시장은 연준을 믿지 못하고 있다.
월가에는 오랜 격언이 있다.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말이다. 지난해 0.25%였던 기준금리를 무려 4.5%까지 수직 상승으로 끌어올린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증시, 비트코인, 부동산, 채권 시장이 모두 초토화됐다. "오늘이 가장 싸다"던 서울 아파트도 이제 "내일이 더 싸다"는 자조의 대상이 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비롯한 억만장자뿐 아니라 수많은 2030 영끌족도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저소득층보다 오히려 고소득층에 타격을 주는 '리치세션(Richcession)'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처럼 부(富)의 거대한 흐름을 바꾼 이가 바로 파월 의장이었다. '세계 경제 대통령'인 연준 의장의 위력을 작년만큼 실감한 때가 또 있었을까.
파월 의장 파워만큼이나 우리가 실감한 것은 그 역시 모든 것을 알고 통제하는 '금융의 신'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파월 의장도 인플레이션 앞에서 수많은 '오답 노트'를 써내려갔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수없이 낙관했던 그다. 2022년 말엔 물가가 잡힐 것이라고 여러 차례 확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7%대의 높은 미국 물가 상승률이다. 연준의 목표치인 2%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6월 한 포럼에 참석해 "우리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얼마나 이해를 못 하고 있었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며 머쓱한 반성문을 내밀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의 경로를 오판한 데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돌발 변수가 있었다. 그 누구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비이성적인 영토 전쟁을 벌일지, 또 이 전쟁이 해를 넘기는 장기전이 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전쟁은 정치적인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을 집어삼키고 인플레이션 불길에 기름을 붓는 대형 악재로 불타올랐다.
연준이 결국 올해 금리를 인하할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연준의 경고에도 시장의 기대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난 만큼 연준이 긴축을 계속하며 경기를 침체로 몰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다른 하나는 연준발 경기 침체 시나리오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월가 '프라이머리 딜러' 23곳의 이코노미스트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16곳(70%)이 올해 미국의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답했다.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라도 하반기 금리 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연준 위원들의 잇단 매파 발언은 시장의 조기 과열을 막기 위한 계산된 행보라는 시각이다.
금리 인하 시점이 올 하반기든 내년 초든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고금리 상황이 최소 몇 년간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푸틴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권위주의 체제 리더들이 벌이는 정치적 도박은 덤이다. 지난 주말 미국 뉴올리언스 전미경제학회에 모인 세계적 석학들은 "세계 경제가 플럭스(flux·끊임없는 혼란) 상태에 놓여 있다"며 투자 리스크 축소를 주문했다. "긴축은 끝났다"며 섣불리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때다.
[이향휘 글로벌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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