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6개월간 매일 정상회담…생산효과 44조·일자리 50만개
'사막의 기적'이라 불렸던 두바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후 회생의 계기로 엑스포 유치를 선택했다. 과거 프랑스와 벨기에, 미국, 캐나다 등 주요 서방국과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만 개최한 경험이 있는 엑스포를 '오일머니'의 힘으로 중동에서 최초로 치른다는 것 자체가 이슈였다. 2013년 두바이 개최가 확정된 후 아랍에미리트는 두바이 전체를 엑스포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코로나19로 1년간 개최가 미뤄지긴 했지만 두바이는 엑스포를 계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던 경제 하락세를 13년 만에 돌려세웠다. 또 '중동의 허브'에서 '첨단 글로벌 허브'로 재도약하며 '두바이 제2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엑스포가 개최되는 6개월간 두바이를 찾은 국가 정상급 인사는 80명이 넘었다.
한국은 한·중·일 3국 가운데 유일하게 엑스포를 유치하지 못했다. 엑스포를 통해 '제2 한강의 기적'을 부산에서 재현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과거 개최한 '대전엑스포'나 '여수엑스포'는 이번에 유치전에 뛰어든 '부산엑스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전이나 여수엑스포는 인정엑스포로 규모가 25만㎡로 제한돼 있고, 명확한 주제가 있어야 하며, 전시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한정된다. 각국 전시관 역시 개최국이 건설해 제공하는 것이다.
반면 '세계박람회'로 불리는 등록엑스포는 주제도 규모도 제한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개최국이 아닌 참가국이 비용을 들여 전시관을 만들고 꾸며야 한다. 인정엑스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지역경제 붐업 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
향후 1~2년간 전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도약하는 길은 해외로 나가는 것, 그리고 해외 자금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게 하는 것 두 가지밖에 없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2030년 부산에 엑스포를 유치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윤 대통령은 초기 대통령실 비서진을 꾸릴 때 '미래전략비서관'을 따로 두며 엑스포에 올인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엑스포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고물가가 지속되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2023년 우리가 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다면 이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가장 큰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특히 윤 대통령이 2023년을 경제외교 강화의 해로 천명한 상황에서 6개월간 사실상 매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는 전 세계 유일의 이벤트인 엑스포를 유치한다는 것은 국가 정상외교 강화의 계기가 될 뿐 아니라 기업에 매일 신시장을 개척할 판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직 7년 남은 엑스포에 현 정권이 사활을 거는 것은 유치 확정과 동시에 일어날 각종 인프라스트럭처, 해외 투자 때문이다. 이미 두바이는 엑스포를 통해 아예 다른 도시를 만들어냈고2010년 개최된 상하이엑스포는 중국을 진짜 'G2' 반열에 오르게 했다.
부산 역시 유치 확정과 동시에 '도시 대개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에서 가시적 경제 효과가 큰 '도시 대개조'는 엑스포 한참 전부터 본격화한다. 기업은 빠져나가고 '항만도시'의 자존심을 구긴 부산의 대개조는 결국 대한민국 경제 전체를 바꿀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게 유치위 측 설명이다.
그동안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 나라는 많지 않다. 1935년 첫 등록엑스포를 유치한 나라는 벨기에였으며 이후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 서방국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1970년에야 일본이 오사카엑스포를 아시아 국가 최초로 개최하며 부흥의 발판으로 삼았다. 일본은 2025년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를 개최한다. 2010년에는 중국이 상하이엑스포를 주최해 아시아 엑스포 유치국 대열에 합류했고, 2020년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가 중동 최초의 엑스포 개최국이 됐다.
정부는 부산엑스포 유치에 성공할 경우 생산 유발 효과 43조798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18조원, 취업 유발 효과만 50만4000여 명에 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1차적으론 박람회 개최에 필요한 용지 조성과 건축물 건축비 투입, 관련 산업의 연관성 등을 모두 감안한 것이고 여기에 국내외 관광객 유입에 따른 관광소비 지출과 관광·서비스 등 효과를 더해 계산한 것이다.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와 경쟁해야 하는 한국의 부산이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시점이 늦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유치전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이미 리야드의 기세가 너무 강했다. 그러나 엑스포 유치위 측은 이 같은 분위기가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현지 실사 이후 지지국을 결정하겠다는 나라가 훨씬 많은 상황이라 충분히 해볼 만한 국면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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