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대마불사 둔촌주공
우연이 겹치면 의도한 것으로 읽힌다.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분양 일정에 맞춰 나온 일련의 정부 대책을 보며 든 생각이다. 시작은 작년 말부터였다.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이 어려워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는 즉시 대책을 내놓았다.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회사채,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조치 등이 나왔다. 금융당국 대책 발표 뒤 자금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도 만기를 하루 앞두고 PF 대출 차환에 성공했다.
유동성 위기에서 한숨 돌린 조합은 발 빠르게 분양 일정에 돌입했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며 매수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분양 실시 전에 '10만 청약설'까지 나왔지만 결과는 1순위 평균 경쟁률 3.7대1로 초라했다. 둔촌주공의 흥행 실패는 '비싼 분양가'도 한몫했다. 같은 시기 분양을 실시한 강동 헤리티지 자이의 경우 1순위에서 평균 경쟁률 53.99대1을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두 단지의 희비를 가른 가장 큰 요소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격이 조정되는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할 틈이 없었다. 정부가 둔촌주공 청약 당첨자들의 계약이 시작된 지난 3일 다시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기간을 풀고 중도금 대출 상한선도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장 수혜는 둔촌주공 청약 당첨자들이 보게 됐다. 전매제한이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고 실거주 의무 없이 바로 전세를 놓을 수 있게 됐다.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했던 평형은 대출이 가능해졌다.
정부가 취한 조치들을 단순히 '둔촌주공 구하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1만가구가 넘는 거대 사업장의 분양 실패가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특정 사업장의 분양 일정에 맞춰 '소급 적용'이란 이례적 카드까지 꺼내들며 이미 정해진 청약의 룰을 바꿔준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덩치가 크면 시장의 자체 기능이 작동하기 전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 지원을 해준다는 대마불사의 선례 말이다.
[김유신 부동산부 kim.yoush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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