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시즌 '첫 골'...이강인도 '택배 프리킥'으로 '극장골' 만들어

황희찬(울버햄튼)이 8일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22~23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전)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후반 21분 동점 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고 있다. 황희찬은 시즌 첫 골을 기록했고 팀은 2-2로 비겼다. 리버풀=AP 뉴시스

황희찬(27·울버햄튼)이 드디어 올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무려 11개월 만의 득점포로,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역시 월드컵 16강 주역인 이강인(22·마요르카)도 팀의 '극장골'을 만들며 '게임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황희찬은 8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2~23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전)에서 1-2로 뒤지던 후반 교체 투입돼 천금같은 동점골을 넣어 2-2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이날 벤치에서 시작한 황희찬은 후반 18분 후벵 네베스 대신 투입된 지 3분 만에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저돌적인 돌파가 빛을 발했다. 올 시즌 첫 골이자, 지난해 2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전 득점 이후 11개월 만이다.

황희찬은 후반 21분 상대 페널티 부근에서 공을 잡고 문전으로 질주했다. 왼쪽의 마테우스 쿠냐에게 연결했고, 쿠냐가 리턴 패스해 황희찬이 마무리했다. 후반 36분에는 도움 기록이 아쉽게 취소됐다. 토티 고메스가 황희찬의 패스를 받아 득점을 올렸지만, 심판의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다.

황희찬이 2022년 12월 카타르 알라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2-1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카타르=뉴스1

황희찬의 오랜 골 침묵은 그간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21~22시즌 울버햄튼 유니폼을 입은 그는 지난 시즌 초반 5골을 기록했지만, 후반기에는 주춤하면서 출전 기회도 줄었다. 팀의 부진 속에 황희찬을 발탁했던 브루노 라즈 감독마저 경질돼 팀 내 입지도 흔들리는 듯했다.

황희찬을 되살린 건 카타르 월드컵이다. 한국을 16강에 올려 놓은 포르투갈전에서의 환상적인 골로 울버햄튼 내 위상이 달라졌다. 당시 포르투갈에는 후벵 네베스, 마테우스 누네스 등 울버햄튼 동료들도 함께 뛰었다.

새로 부임한 로페테기 감독은 황희찬의 월드컵 활약에 선발 출전 기회를 줬고, 황희찬은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조커로 투입된 이날 경기에선 골까지 넣어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황희찬의 동점골로 울버햄튼은 리버풀과 재경기를 통해 다음 라운드 진출 여부를 가리게 됐다.

스페인 라리가 마요르카의 이강인. 마요르카 SNS 캡처

이강인도 이날 2022~23시즌 라리가 16라운드 바야돌리드와 경기에서 후반 17분 교체 투입돼 '택배 프리킥'으로 극장골을 도와 팀을 1-0 승리로 이끌었다. 후반 추가시간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아브돈 프라츠가 헤더 골로 성공시켰다. 도움으로 기록될 만했지만 공이 다른 동료의 머리에 스치면서 공격포인트 기록은 아쉽게 무산됐다.

이강인은 투입과 동시에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며 '원맨쇼'를 펼쳤다. 교체 3분 만에 상대를 전방 압박, 스스로 코너킥을 만들고 직접 킥도 올렸다. 여러 차례 정확한 프리킥을 배달했지만 해결사가 없어 번번이 득점 기회를 놓쳤다. 후반 45분엔 위협적인 왼발 중거리슛이 상대 골키퍼에 막혀 아쉬움을 더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