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發 배당 확대…주총 앞둔 금융지주 대세로
전액 배당해 주주환원 목표
KB, 배당성향 상향 검토중
하나·우리, 주주환원책 고심
"주주 배당 위해 대출 줄일 땐
성장성·공공성 훼손" 지적도
금융지주사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금융권에 '배당 경쟁' 바람이 불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주주환원에 관한 구체적 수치를 내며 첫출발했다. 일각에서는 배당을 늘리기 위해 은행 주 수익원인 대출을 줄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지난 2일 열린 신한경영포럼에서 자본비율(보통주 기준) 12% 초과분은 주주에 환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결정했다. 전 세계 자본규제인 바젤 Ⅲ를 바탕으로 한 감독당국의 규제 기준은 보통주 자본비율 기준 7%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 보통주 자본비율은 평균 12.26%에 달해 여력은 충분하다.
국내 금융지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배 수준으로 낮은 대표적인 이유로 주주환원 부족이 꼽히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가 주주환원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지만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라며 "내용이 파격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행동주의 펀드운용사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국내 상장 금융지주사 7곳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자본 재배치와 배당 확대 등을 요구했다. 금융지주의 보통주 자본비율이 13%가 넘으면 이를 주주에 전액 환원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각 사 상황에 맞는 주주환원 정책을 다음달 9일까지 공시할 것도 요구했다.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분주해졌다. KB금융지주는 지난 6일 경영진 워크숍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KB금융의 이익 규모 등을 볼 때 경쟁사에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이 뒤처질 이유는 없다"며 "연간 배당은 전년 배당성향보다 더 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지주도 현재 다양한 주주환원 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사들은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상황에 대비해 은행과 은행 지주회사의 배당을 제한하도록 한 '자본관리 권고조치'로 배당을 축소했다가 최근 다시 늘리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올해 분기마다 주당 500원을 배당했고, 4분기 배당을 포함한 연간 배당을 전년보다 더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3분기까지 분기별로 주당 4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작년 각각 주당 800원, 150원의 중간배당을 했다. 국내 금융지주사 7곳의 배당성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20%, 2021년은 26% 수준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데다 주가 부양을 위해서라도 배당을 늘려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고 싶다는 게 진짜 속내"라며 "금융지주사 2022년 배당성향이 30%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배당 확대를 위해 은행의 과도한 대출 성장 속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놓고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은행이 대출 증가 속도를 낮춰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율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2~5%) 수준으로 줄여 주주환원율(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액)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주 배당을 늘리기 위해 대출을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주요 수익원인 대출이 줄면 은행 성장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아울러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연체 등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데, 자본 재배치 과정에서 건전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 자금 공급이라는 은행의 공적 역할 역시 훼손될 수 있다. 작년 은행권 가계대출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역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고금리가 지속되는 올해도 감소세가 예상되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로 문턱이 높아져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의 작년 말 가계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15조1739억원 줄었다.
[임영신 기자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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