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정위 잣대로 노조 제재 못하도록...‘공정위 노조 개입 방지법’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특수고용노동자(특고)들이 모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를 사업자 단체로 판단해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앞으로 헌법과 노조법에 따른 행위에는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된다.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는 노동3권을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8일 밝혔다. 대한민국 헌법과 노조법에 따른 노동조합·조합원의 행위에는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고, 헌법과 다른 법률에 따른 정당한 행위 모두가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정위가 노조에 공정거래법 잣대를 섣불리 들이댈 수 없게 된다. 개정안에는 ‘대한민국 헌법 또는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관계법상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신설된다.
앞서 공정위는 화물연대·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건설노조)의 행위가 노조법상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정당한 행위가 아니어서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사업자단체가 다른 법률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공정거래법 제116조가 그 근거다. 화물연대는 노조 설립 신고증을 받지 않아 노조로 볼 수 없고 건설노조의 행위는 노조법이 인정하는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 28일 건설노조에 공정거래법(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를 적용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고, 현재 화물연대 파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화물연대는 합법 노조가 아니고 파업 과정에 벌인 행위도 노조법에서 인정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같은 해석이 노조의 범위를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축소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의원은 “미국은 클레이튼법에 노조는 반독점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했고, 유럽연합(EU)은 노동법상 노동자 판단을 받지 못하는 1인 자영인·프리랜서 보호를 위한 가이드 라인을 정했다. 일본도 노조법상 근로자의 독점금지법 적용 제외를 긍정하고 있다”며 “노조에 대한 공정위 제재는 평소 윤석열 정부가 추구해온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화물연대·건설노조를 사업자 단체로 결론 내린 것과 달리 소관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들의 노동자성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건설노조 사건 조사 과정에서 ‘건설노조 조합원이 노조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를 노동부에 질의했는데, 이에 대해 노동부는 “대법원 판례에 제시한 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라”고 회신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노동부로부터 애매한 답변을 받았다”며 “건설노조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 단체인지는 여부는 공정위가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회신했다”고 했다.
노동계는 공정위가 노조법상 ‘노동자’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축소 해석했다고 본다. 국내 법 체계상 노조는 그 하부단체인 분회나 지부가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된 조직체로서 활동을 하는 경우 독자적인 단체교섭·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설립 신고증 여부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화물연대 조합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닐 수 있지만 노조법상으로는 ‘노동자’일 수 있다. 대법원은 2018년 학습지 판결 이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보다 더 넓다고 판단하고 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공정위 노동사건 개입 토론회에서 “화물연대 구성원 화물차주나 타인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노조법상 노동자”라며 “노조법이 적용되는 노동자에는 공정거래법 적용이 안된다”고 했다.
공정거래법을 통한 노조 활동 제재는 향후 통상분쟁까지 부를 수 있다. 한국이 각국과 맺은 FTA 협정문 노동조항을 보면 “양 당사국은 국제노동기구 회원으로서 의무를 재확인”하고 “각 당사국은 국제노동기구(ILO)선언에 포함된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권, 강제노동 철폐등의 권리를 채택하고 유지한다”라고 명시돼있다.
ILO는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들을 ILO 협약의 적용 대상으로 판단한다. 앞서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화물차주 등 특수고용 비정규직이 노동3권을 향유하는 주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한국정부에 이를 보장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노조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은 ILO 협약 위배로 향후 FTA 노동조항 저촉에 따른 통상분쟁으로 까지 전개될 수 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