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중국 국경…“하나뿐인 딸이 3년 만에 집에 오는 날”

이종섭 기자 2023. 1. 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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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지침을 폐지한 8일 오전 홍콩발 비행기 탑승객들이 격리 없이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하나 뿐인 딸이 3년 만에 집에 오는 날이라 밤잠도 설치고 공항으로 달려왔어요. 집에 가서 맛있는 것도 해주고 그동안 못다한 얘기도 나눠야죠.”

8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국제공항 제3터미널 입국장 앞에서 만난 중국인 장(張)모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홍콩에서 돌아오는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그동안 베이징에 오려면 최장 21일까지 격리를 해야 했고 홍콩에서 일하는 딸은 장기간 휴가를 낼 수 없어 3년 동안 집에 오지 못했다”며 “마침내 격리가 없어져 춘제(春節·설)를 지내러 오는 딸을 마중 나왔다”고 했다.

3년 만에 활기 띤 베이징 국제공항 … 부둥켜 안고 우는 사람도

서우두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은 이날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국제선 입국장 앞에는 외국이나 홍콩 등지에서 오랜만에 돌아오는 가족과 친지, 친구들을 맞이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거의 3년 동안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그동안 중국은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본토를 제외한 지역에서 들어오는 모든 내·외국인에게 엄격한 격리 지침을 적용하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격리 시설로 이동시켜 왔기 때문이다. 이날은 중국이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지침을 폐지한 첫날이다.

오전 11시10분쯤 서우두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 문이 열리자 홍콩발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내·외국인들이 손에 짐 가방을 가득 들고 쏟아져 나왔다.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미국인 존 게이츠씨는 “중국에서 함께 살던 딸이 일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에 갔는데 2년 넘게 돌아오지 못하다 오늘 격리 해제에 맞춰 홍콩을 경유해 베이징에 돌아왔다”며 “사실 무릎을 다쳐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있어야 하는 상황인데 너무 오랜만에 딸을 만나는 날이라 휠체어를 타고 공항까지 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중국이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지침을 폐지한 8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서 해외에서 온 딸과 오랜만에 만난 미국인 가족이 포옹을 하고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중국은 이날부터 코로나19에 대한 감염병 관리 등급을 최고 단계인 ‘갑’류에서 ‘을’류로 낮추면서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규정을 완전히 폐지했다. 홍콩·마카오를 포함해 중국 본토 이외 지역에서 들어오는 모든 내·외국인은 비행기 탑승 전 48시간 이내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만 있으면 더 이상 시설 격리나 별도의 검역 절차 없이 자유로운 입국과 국내 이동이 가능해졌다. 중국은 이날부터 해외 여행을 원하는 자국민에게도 일반 여권 발급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하기로 했다.

내·외국인 모두 국경 재개방에 반색했다. 공항에서 만난 중국인 류(柳)모씨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거의 매년 외국 여행을 갔었는데 3년 동안 중국 밖에 나가지 못했고 외국 비자 기간도 모두 만료됐다”며 “격리가 없어진다는 소식이 너무 반가웠고 올해는 꼭 해외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영국인은 “베이징에서 일하다 크리스마스에 맞춰 오랜만에 영국에 다녀왔는데 오늘 격리 없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며 “중국이 이제라도 국경을 개방해 한결 편하고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국경 재개방에 따라 각종 국제 행사를 통한 국제 교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매년 3~4월 하이난(海南)에서 개최하는 연례 행사인 보아오(博鰲) 포럼에 2019년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올해 해외 외빈을 대거 초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코로나19 영향으로 2년이나 미뤄진 청두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가 오는 7월 열리고, 지난해 개최하지 못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9월에 열리는 등 굵직한 국제 행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항공편 정상화까지 시간 걸릴 듯… 코로나 확산세 우려는 커져

하지만 중국의 국경 개방에도 당장 중국을 오가는 외국인이나 해외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이 일시에 급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편 운항이 정상화되려면 상당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단 올해 안에 여객기와 화물기 등 항공 운송량을 코로나19 이전의 75% 정도 수준까지 회복시킨다는 방침이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여전히 심각해 중국발 여행객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포르투갈은 7일(현지시간)부터 중국발 항공편 탑승객 전원을 대상으로 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한다고 밝혔고, 네덜란드도 10일부터 비슷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중국발 입국자의 사전 검사를 의무화한 독일은 자국민들에게 중국 여행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에서는 춘제 연휴를 전후해 인구 이동이 많아지면서 농촌 지역으로까지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적어도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는 대규모 감염 물결이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국내 여행 제한이 없어지면서 그간 고향에 가지 못했던 주민들이 ‘보복성 귀향’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앞서 중국 교통운수부는 7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40일간 이어지는 춘제 특별수송기간인 ‘춘윈’ 중 연인원 20억2000만명이 이동해 최근 4년 내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BBC는 이 때문에 중환자실이나 인공호흡기 등 시설이 부족한 농촌 지역에서 또 다른 감염 파동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지침을 폐지한 8일 오전 홍콩발 비행기 탑승객들이 격리 없이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국제선 입국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입국장 앞에 많은 취재진과 마중객들이 몰려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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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khan.co.kr/world/china/article/202301081407001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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