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말고 버텨라” 전문가가 말하는 전세사기 대처법

구현모 2023. 1. 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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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 보증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 지역의 신축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한 빌라왕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세입자 수백명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전세 사기 피해를 당했을 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문의 또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약 만기가 됐는데도 보증금을 못 받고 갈 곳이 없어진 세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전세 사기 피해 아파트 정문 모습. 연합뉴스
◆보증금 보험 가입됐으면 회수 가능, 시간은 걸릴 수도

세입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반환보험에 가입했으면 대위변제를 통해 보증금을 회수 할 수 있다. 대위변제는 보증기관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이를 회수하는 제도다.

그러나 보험에 가입됐다 하더라도 보증금을 바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빌라왕 사건처럼 임대인이 사망한 이후 상속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그 기간 동안 구상권 청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세입자들도 대위변제를 받지 못하게 된다.

집주인이 사망하면 친족을 대상으로 상속 절차를 개시할 수 있지만 친족들이 상속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상속절차도 진행되지 않는다. 친족이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사망한 빌라왕 김모씨의 부모는 상속 포기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유한 주택 매매가격보다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 액수가 훨씬 크고 종합부동산세 62억도 있어 자산보다 채무가 훨씬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부모가 상속하지 않는다면 임차인들은 향후 법원이 상속재산 관리인을 지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빌라왕 사건에선 국토교통부가 그 심각성 때문에 보증보험에 가입한 이들을 대상으로 임차권 등기가 완료되기 전 대위변제 심사를 먼저 시작해 보증금 반환 시점을 1~2개월이라도 단축하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상속재산관리인이 선임될 때까지는 1년가량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9∼10개월 이후에는 대위변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 시내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고객이 상담받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집주인이 보증금 안 돌려주면 절대 이사가면 안 돼

다만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는 대위변제 절차를 밟을 수 없기 때문에 더 큰 곤경에 처한다. 집주인이 끝까지 돌려주지 않으면 살고 있는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 그러면 세금과 같이 경매 대금 배당시 우선순위 항목이 있으면 세입자가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우선 이사부터 하면 추후에 전세금을 돌려준다”고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증금을 받기 위해서는 이사를 가지 말고 그 집에서 버텨야 한다고 조언한다. 집을 점유하고 있어야 대항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절차를 마무리한 세입자에게 우선변제권을 보장해준다. 만약 현재 집에서 짐을 빼고 다른 집에 전입신고를 하게 되면 우선변제권을 확보할 수 없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 제도는 채권 계약이고 집을 사서 소유하는 것이나 은행이 집을 담보로 갖고 있는 근저당은 물권이다.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채권보다 물권이 우선 순위로 배당받게 된다”며 “다만 우선변제권을 갖게 되면 이보다 늦게 설정된 물권보다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더 먼저 배당받게 된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었으면 가족 중 일부만 이사를 가는 방법도 있다. 한 사람이라도 해당 주소에 머물고 있다면 대항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거래 물건을 안내하는 안내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세계약 만료 시점에 맞춰 이사를 하기 위해 다른 집과 전세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납입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이런 경우에는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또 해당 집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또다시 우선변제권을 갖을 수 없기 때문에 우선 새 집에 전입신고를 하고 현재 집은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을 해야 한다. 임차권등기명령을 하게 되면 임차된 주택에 살지 않고 주민등록을 옮기더라도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고 전세금도 우선해 돌려받을 수 있다. 

만약 집주인 동의를 받을 수 있다면 법원에 전세권설정 등기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 소장은 “전세권설정을 하면 채권이 물권이 된다. 만약 6억짜리 주택에 3억원 전세계약을 맺고 전세권을 설정한다면 등기부 등본에 전세권 3억이 기재된다”며 “이 경우 주인이 바뀌어도 권리 관계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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