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의 대행체제’ 흥국생명, IBK기업은행 꺾고 4연승 행진

김하진 기자 2023. 1. 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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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옐레나(가운데)가 8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다. KOVO 제공



갑작스러운 감독 경질로 내홍을 겪고 있는 흥국생명이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4연승 행진을 내달렸다.

흥국생명은 8일 경기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3 30-28 25-23 26-24)로 승리했다. 시즌 16승4패 승점 47점을 기록한 흥국생명은 2위를 유지했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3연패에 빠지며 7승13패를 기록했다.

흥국생명은 현재 배구계의 관심을 한 데 모으고 있다. 시작은 지난 2일 흥국생명이 구단주 명의로 권순찬 전 감독과 김여일 전 단장의 동반 사퇴를 발표하면서부터다. 대행을 맡았던 이영수 수석코치도 3일만에 팀을 떠났다.

지난 6일 새 감독으로 지난 시즌까지 수석코치로 일했던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이 선임됐다. 이날 IBK기업은행전은 김기중 신임 감독의 데뷔전이 됐어야했지만 선임 업무가 마무리되지 않아 김대경 코치가 감독대행의 대행으로 팀을 이끄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 전 김대경 대행은 “아직 신임 감독과 상견례도 안 했기 때문에 못 만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중심인 김연경까지 출전하지 못했다. 김연경은 최근 장염등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이날 시즌 처음으로 선발에서 제외됐다. 뜨거운 관심 속에서 두 팀이 만난 화성 체육관은 이번 시즌 첫 매진을 기록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흥국생명은 1세트부터 기선을 잡았다. 옐레나가 1세트에만 10점을 올리면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흥국생명의 리시브 효율 역시 61.90%로 33.33%를 기록한 IBK기업은행의 수치를 두 배 가까이 넘겼다.

2세트는 치열했다. 세트를 따내기 위한 양 팀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다. 흥국생명은 20-22으로 2점차 뒤졌지만 옐레나가 오픈 공격과 서브로 연속으로 득점에 성공하면서 22-22,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부터는 한 팀이 달아나면 바로 쫓아가는 시소 게임의 양상이 계속됐다. 25-25에서 28-28까지 듀스 접전이 이어졌다. 옐레나의 퀵오픈으로 29-28로 우위를 점한 흥국생명은 이주아의 속공까지 성공하면서 2세트까지 따냈다.

수세에 몰린 IBK기업은행은 3세트에 극적으로 살아났다. 팽팽하게 경기를 이어가던 IBK기업은행은 이번에는 22-22에서 밀리지 않았다. 흥국생명 김다은의 스파이크 서브가 네트에 걸리면서 1점을 가져간 IBK기업은행은 육서영이 백어택을 성공하면서 24-23로 앞섰다. 그리고 최정민이 블로킹에 성공했고 이를 산타나가 어시스트하면서 25득점에 먼저 다가서며 승부를 4세트로 끌고갔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경기를 마무리하고자하는 의지가 더 컸다. 4세트에서도 24-24 듀스 접전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IBK기업은행 육서영의 오픈 공격이 아웃됐고 흥국생명 김다은의 퀵오픈이 성공하면서 경기를 끝냈다. 옐레나가 28득점으로 양팀 최다 득점으로 활약했다.

경기 후 김대경 대행은 “선수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평소 연습한대로 결과가 나왔다. 일단은 항상 해왔던 일정대로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경기 지휘 여부는 추후에 구단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하는게 우리의 역할”이라던 김 대행은 “코칭스태프들도 동요가 있다. 다들 마음속으로 아픔을 간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성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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