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약쟁이 사라?…“김히어라, 캐릭터 연구 많이하는 정의파”

2023. 1. 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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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약쟁이 화가 이사라
학창시절엔 화가 꿈도 키워
‘배드 앤…’부터 약쟁이 역할 두 번
 
뮤지컬, 연극, TV까지 종횡무진
알고보면 15년차 뮤지컬 배우 출신
“춤과 노래에도 연기 넣는 배우이자
캐릭터 연구 많이 하는 학구파”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이사라를 연기하는 배우 김히어라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

광신도들이 주님의 이름 아래 은총을 찾는 대형교회의 목사 딸 이사라(김히어라)의 첫 등장. 고등학교 동창 손명오(김건우)에게 공수한 500g 약을 들어보고 한 마디 던진다.

“감히 내 영감을 삥땅쳐? 인생이 불쌍해서 봐주는 거니까 그만 짖고 꺼져. 월월”

저울보다 더 정확한 예쁜 손으로 그림도 그리고, 약도 하는 타락과 쾌락의 아이콘 사라. 나무젓가락 사이에 대마초를 끼워 피우고, 구찌 백에서 꺼낸 페브리즈로 루이뷔통 상의에 스민 냄새를 제거하는 똘기 가득한 빌런이다. “상품은 프라이스가 아니라 퀄리티”라나.

배우 김히어라가 연기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이사라는 독특한 악역이다. 주님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문란한 삶을 영위하고, 약기운으로 영감을 쏟아내 이름을 날린 그림쟁이다. 욕을 입에 달고 살며 상대를 깔아뭉개고, 전형적인 악역들의 살벌한 본체를 보여주다가도 나사 하나 풀린 약쟁이의 허술함이 드러난다. 교회로 찾아온 동은(송혜교)에게 “회개해. 천벌 받기 싫으면”이라고 비꼬면서도, “너희 주님 빡치셨어. 지옥행이래”라며 되받아치는 동은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김히어라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드라마 속 김히어라의 연기가 흥미롭다. 느슨한 약쟁이 화백에서 서늘한 광기로 쏟아내는 초조한 예술혼, 자비 없는 계급의식과 일말의 죄의식도 없는 악행과 타락의 모습들이 켜켜이 싸여 이사라를 만든다.

김히어라는 TV 시청자에겐 낯설 수 있지만, 어느덧 15년째 무대에 서고 있는 뮤지컬 배우다. 2009년 뮤지컬 ‘살인마 잭’의 앙상블로 무대에 선 이후 ‘팬레터’의 치명적인 매력의 히카루, ‘찌질의 역사’의 설하, ‘마리 퀴리’의 안느, ‘베르나르다 알바’의 아델라, ‘유진과 유진’의 작은 유진으로 관객과 만났다.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작품은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조선족 계향심 역할을 맡으면서다. 능숙하게 연변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억울한 사연을 안고 사는 향심 역할을 소화했다. ‘더 글로리’에서의 약쟁이 캐릭터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tvN 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에서 마약 조직의 수장인 용 사장 역할을 맡았다. 김히어라의 약쟁이 캐릭터는 눈빛과 눈동자에서 담아내는 연기가 인상적이다. 현실과 환각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한 눈동자가 퇴폐적인 캐릭터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이 역할에 완전히 체화된 배우에게서 나오는 분위기다. 김히어라와 몇몇 작품을 함께 한 뮤지컬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에선 약쟁이, 일진 캐릭터를 워낙 잘 소화하지만, 실제로는 바르고 곧고 정의로운 의리파”라며 웃었다. 물론 약쟁이 사라의 예술적 감성은 닮았다. 김히어라 역시 고등학교 시절까진 화가의 꿈을 키우다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김히어라 [OSEN]

김히어라의 강점은 어떤 역할을 맡듯 자신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일체화된다는 점이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2021)에선 욕망에 솔직한 아름다운 아델라 역을 맡아 이전과는 또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아델라는 어려운 역할이었다. 여성에 대한 시대의 억압과 폭력, 자유와 사랑을 향한 갈망을 담은 작품에서 아델라가 상징과 상상으로 가득 채워진 대본의 이면을 혼자만의 춤으로 형상화한다. 변박의 이국적인 음악 위로 격정적인 감정과 성적 욕망을 분출하는 김히어라의 플라멩코에 관객은 숨을 죽인다. 댄서들도 소화하기 힘든 플라멩코를 완벽히 소화하면서 모든 몸짓과 표정에 연기를 넣어 해당 장면이 ‘치명적이고 뜨거운 정사’를 상징한다는 숨겨진 서사를 온전히 전달한다.

뮤지컬 ‘마리 퀴리’에선 안느 코발스키 역할을 맡은 김히어라 [라이브 제공]

2018년 초연한 뮤지컬 ‘마리 퀴리’에선 안느 코발스키 역할을 맡아 삼연까지 함께 했다. 마리 퀴리가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당당한 여성을 연기하며 내면의 강단을 꺼내보인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흡인력 있는 연기, 캐릭터를 잘 살린 노래 실력은 무대 위 김히어라가 ‘여덕 몰이’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뮤지컬 업계 관계자는 “김히어라는 기본적으로 연기력이 뛰어나다. 춤과 노래에까지 연기를 넣어 표현하는 배우“라며 ”특히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는 학구파이고, 자신만의 연기 특징을 맡은 캐릭터와 융화할 줄 안다. 무대를 넘어 드라마에서도 꽃피울 배우가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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