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삭감’에도 백지위임 후회 없다… 이재원 평생의 빚, 갚기 위해 다시 뛴다

김태우 기자 2023. 1. 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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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반등을 다짐하고 있는 이재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2년 SSG의 제주 스프링캠프 당시 이재원(35)은 동료들과 함께 퇴근하지 않았다. 짐은 구단 버스에 뒀다. 그리고 자신은 도보로 약 한 시간 거리의 숙소까지 걸었다. 퇴근하는 시간까지도 뭔가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머리를 비우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캠프 곳곳에서, 절실함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몸부터 철저히 만들려고 했다. 주위에서는 모두 “감량을 많이 했다”고 했다. 코칭스태프도 기대가 컸다. 주전 포수로서 힘을 내길 바랐다. 김원형 SSG 감독은 “중요한 상황에서 주전 포수의 리드와 백업 포수의 리드는 과감성 측면에서 분명히 다르다”고 이재원의 반등을 바랐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 더 그랬다. 이재원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이재원이 시즌 내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힘들어했다”고 안쓰러워했다.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은 모두 알고 있었다. 69억 원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다. 잘하고 싶어서 발버둥을 쳤지만 결국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한계만 확인한 시즌이 됐다. 한국시리즈 우승 결정 순간의 마지막 포수로 환호하기는 했지만 막상 잔치가 끝나보니 남은 건 또 초라한 성적이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은 애당초 행사할 생각이 별로 없었다. 인천에 대한 애착이 컸다. 4년 전에도 이적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구단이 이재원의 연봉을 얼마나 깎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이재원은 그냥 말 그대로 백지위임 카드를 내밀었다. 구단도 적잖이 놀란 선택이었다. 그리고 구단이 액수를 통보하자 두말없이 도장만 가져가서 찍었다. 앞자리가 바뀐 수준이 아니라, 연봉의 ‘0’이 하나 사라진 수준이지만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다 자신의 탓이라고 여겼다. 오히려 구단 관계자들이 안쓰러워하며 격려할 정도였다.

이재원은 “그냥 못했다. 거기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은 없다. 나도 인정하고 그랬다. 구단에서 실망한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내 자신에 실망을 많이 했다.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지난해에도 주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백지위임 과정을 설명했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어쩌면 자신의 미안함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연봉이 대폭 깎였지만 책임감까지 깎인 건 아니다. 한 번이라도, 팬들의 마음속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게 이재원의 절박한 심정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자율훈련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장 훈련을 열심히 하는 선수가 이재원”이라고 이야기했다. 컨디셔닝코치들이 짜준 프로그램을 그대로 이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20대 선수들이 진행하는 것이다. 그만큼 강도가 높지만,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

몸이 뒷받침되어야 자존심 회복도 있어서 그렇다. 돌이켜보면 2020년과 2021년은 부상으로 흐름이 뚝 끊겼다. 2020년은 경기 중 부상을 당해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불운했다. 2021년은 스스로 감이 괜찮다 싶은 상황에서 훈련 도중 옆구리 근육이 찢어져 결과적으로 완주를 못했다. 이재원은 “옆구리가 찢어졌을 때 한 번 더 꼬꾸라진 것 같다. 다시 올라가는 흐름에서 그렇게 찢어졌다”면서 그런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원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잘하고 싶다”라고 했다. 사실 이재원의 최근 흐름에서 모든 각오를 대변하기에, 이처럼 간결하고 정확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이재원은 “시즌 초에 한 번 꼬이니까 다시 올라가기 쉽지 않더라. 작년에 못했다. 올해는 잘해야 한다”고 했다. 지나간 일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죄책감으로 남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좋은 이미지 속에서 끝내고 싶은 게 선수의 마음일 것. 이재원은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것은 또 다르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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