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도중 MVP 트레이드를? 오랜만이라 더 유쾌했던 여자농구 올스타전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여자프로농구 올스타 페스티벌이 3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올스타 페스티벌의 본 행사가 열리기에 앞서 WKBL의 간판급 올스타 선수들이 먼저 농구 팬 곁으로 다가갔다.
체육관 외곽에서 운영된 푸드트럭 존에서 선수들이 음식 판매에 나섰다. 올스타 선수들은 핫도그, 떡볶이, 타코야키 등 각자 담당하는 푸드트럭 앞에서 영업에 열을 올렸다. 푸드트럭 존은 가까이서 선수를 보기 위해 몰려든 농구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박지현은 일일 바리스타가 됐다. 카라멜 마끼야또를 구매해 마셔봤는데 시럽을 듬뿍 넣어줬다. 많이 달았다.
선수들은 올스타 사전 이벤트부터 진심이었다.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고 농구 팬들을 친절하게 대했다.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한 신지현은 "3년 만에 열리는 올스타 페스티벌을 많이 기다렸다. 특별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 각오하고 왔다"고 했고 팬 투표 2위의 이소희는 "많은 시간을 팬 분들과 보낼 수 있어 좋다. 최대한 좋은 추억을 만들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 행사는 신지현이 이끄는 핑크스타와 이소희를 앞세운 블루스타의 화려한 선수 소개로 시작됐다. 양팀 선수들은 최신 유행하는 걸그룹 히트곡부터 1990년대 히트곡인 HOT의 캔디까지 다양한 노래와 함께 입장해 신나는 댄스를 선보였다.
본 경기가 시작된 후 농구공을 잡은 양팀의 올스타 선수들의 텐션은 더욱 높아졌다. 농구 팬들을 즐겁게 만들겠다는 일념 아래, 선수들이 오랫동안 갈고 닦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블루스타의 진안이 첫 득점을 올리자 팀원 전체가 관중에게 새배를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김단비와 박지현은 소속팀 사령탑인 위성우 감독을 "오빠"라고 부르더니 그 앞에서 '왕간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왕간다'는 유투브에서 뜨거운 인기를 끌었던 댄스 영상이다.
김소니아와 김한별은 프리스타일로 1대1 대결을 벌였고 매치업을 벌인 김단비와 진안은 서로 득점을 올릴 때마다 상대를 도발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양팀의 최단신 가드인 안혜지와 허예은은 서로를 상대로 골밑 포스트업을 시도하는 이색 매치업을 선보였다. NBA 인기 스타 스테픈 커리의 전매특허인 '나잇나잇' 세리머니는 수시로 펼쳐졌다.
코트 위 이벤트는 끊임없이 펼쳐졌다. 갑자기 키가 2미터가 넘는 남성이 블루스타 배혜윤의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등장했다. 관중석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그가 핑크스타 김소니아의 남편이자 KBL 스타였던 이승준이었기 때문이다. 김소니아는 남편을 상대로 거친 몸싸움을 선보이며 유쾌한 장면을 연출했다.
하프타임에는 양팀 선수들이 뉴진스의 '하이프보이(Hype Boy), 여자아이들의 '톰보이(Tomboy)', 싸이의 '댓댓(That That)' 안무를 소화하며 농구 팬을 열광케 했다. 이어 다같이 코트 한켠에 모여 초대가수 오마이걸의 공연을 즐겁게 관람했다.
후반전의 백미는 '환승 챌린지'였다. 블루스타의 이소희가 경기 도중 전격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핑크스타의 최다 득점자 강이슬을 데려오는 대신 추첨으로 선발된 진안이 핑크스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실전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경기 중 트레이드에 관중석은 빵 터졌다.
올스타전은 핑크스타의 98-92의 승리로 끝났다. 강이슬은 3점슛 12개를 포함해 양팀 최다 42득점(핑크+블루스타 합산)을 기록하고도 새로운 소속팀 블루스타가 패하면서 MVP 도전 기회를 잃었다.
올스타 페스티벌의 MVP는 33득점을 기록한 진안(블루+핑크스타 합산)이 차지했다. 진안은 경기 도중 팀을 바꾼 이적생으로 올해 올스타 최고의 별은 흥미로웠던 '환승 챌린지'의 결과에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 내내 다양한 세리머니를 펼쳤던 진안은 베스트 퍼포먼스상도 가져갔다.
"승패를 떠나 3년 만에 열린 올스타전이라 재미 위주로 다들 열심히 뛰었다"는 진안은 MVP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놀랐다. 동료들이 계속 밀어줘서 된 것 같다"고 답했다.
강이슬은 비록 MVP를 놓쳤지만 최고의 3점슈터라는 타이틀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강이슬은 1쿼터가 끝나고 개최된 3점슛 콘테스트에서 이소희와 김애나를 제치고 우승해 3연패를 달성했다. 3년 만에 다시 열린 이벤트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슈터는 강이슬이었다.
아울러 올스타전 한 경기 최다득점을 갈아치웠고 자신이 2019년에 세웠던 올스타전 최다 3점슛(종전 10개) 기록도 뛰어넘었다.
강이슬은 "득점은 전광판에 보이니까 알고는 있었는데 3점슛을 그렇게까지 많이 넣었는지 몰랐다"며 웃은 뒤 "시즌 때도 잘 못 넣은 3점슛을 올스타전이라는 좋은 무대에서 많이 넣어서 너무 영광이고 이렇게 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중 트레이드로 인해 MVP 수상 기회가 무산된 게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는 웃으며 "진안만 아니었으면 제가 MVP"라고 답하더니 "오늘 진안이도 너무 MVP답게 열심히 했고 잘했기 때문에 진안이 받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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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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