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컬렉터 잡아라" 세계 3대 경매사, 아시아로 '진격'
젊은 세대 성장에 공격적 투자
소더비는 27년만에 한국 진출
크리스티는 홍콩에 본사 확장
필립스도 홍콩 새 사옥 건립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세계 3대 경매사의 새해 전략은 '동진(東進)'이다.
올해부터 2년간 3사가 모두 중국에 새 사옥을 건립하고 아시아 지역 사무소 개설을 늘리며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해 경매시장의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봉쇄와 킹달러의 영향으로 아시아 지역 매출은 하락했다. 그렇지만 올해 마침내 중국의 봉쇄가 풀린 데다, MZ세대 컬렉터의 유입이 가장 활발한 아시아 시장의 매력이 투자 확대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 크리스티의 아시아 매출 비중은 26%로 전년의 31%에서 줄어들었지만 밀레니얼 세대(40세 이하) 구매자의 62%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었다. 소더비는 아시아 매출이 11억달러(약 1조3964억원)로 전년 13억달러(약 1조6510억원)에서 소폭 감소했다. 필립스는 아시아에서 전년보다 38% 줄어든 1억6700만달러(약 2121억원)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고객의 34%를 아시아가 차지했고, 밀레니얼 세대 구매자의 40%도 아시아가 점유했다. '성장주'인 아시아가 경쟁의 최전방으로 급부상하는 이유다.
크리스티는 2024년 아태 본사를 센트럴 홍콩에 위치한 더 헨더슨 타워로 확장 이전한다. 자하 하디드 건축이 설계한 도심의 랜드마크다. 4개 층, 4645㎡(1405평) 규모로 경매장과 전시 공간을 마련한다. 크리스티 아시아 총괄사장인 프란시스 벨린은 확장의 이유를 "최근 아시아 고객이 보여준 구매 증가에 기반을 두고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환기의 '우주'가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신기록을 수립했을 만큼 크리스티의 한국 사랑은 특별했다. 작년 9월 한국에 진출한 이후 최초로 출품작 가치만 약 5800억원에 달하는 거장 프랜시스 베이컨과 아드리안 게니의 특별전시를 열어 미술계에 화제를 낳았다. 크리스티 측은 "글로벌 경매 화제작의 한국 순회 전시와 한국에서의 특별전시 개최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소더비의 아시아 공략은 전방위적이다. 올해 초에는 1996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지 27년 만에 한국 사무소를 개설한다. 윤유선 전 필립스 한국 대표가 소더비 한국 대표로 선임돼 글로벌 경매에 출품되는 주요 작품을 한국 컬렉터에게 소개하는 영업을 재개한다. 작년 10월에는 15년 만에 싱가포르에서 경매를 진행해 약 228억원의 판매를 기록하는 등 성공적인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를 놓았고, 같은 해 7월에는 베트남에서도 전시를 진행했다. 소더비는 2021년 이후 쾰른, 로스앤젤레스, 모나코 등에서 팝업 전시를 통해 판매를 이어온 만큼 한국에서의 전시 가능성도 기대를 모은다.
올해 초 상하이 쑤저우강 수변에 대규모 전시 공간을 갖춘 새로운 중국 본사도 연다. 2024년에는 홍콩의 명품거리인 랜드마크채터에 2230㎡(약 675평) 규모 2층 사옥을 열고 최첨단 전시 공간을 꾸민다. 미술품 전시와 라이브 경매 진행, 카페까지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소더비도 MZ세대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작년 신규 고객의 68%가 아시아 컬렉터였기 때문이다. 소더비는 아시아 컬렉터의 구매력도 타 지역에 비해 1인당 평균 40%가 높다고 밝혔다.
필립스는 올해 봄 홍콩의 랜드마크가 된 서구룡 문화지구의 M+ 뮤지엄 빌딩 맞은편에 6층 규모 신사옥을 열고 경매와 전시를 진행한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헤르조그&드뫼롱과 LAAB 건축사무소의 설계로 건립된다. 아시아 최대 규모 경매장을 채울 개관 전시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경매사들의 적극적인 아시아 공략이 국내 컬렉터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점은 아쉽다. 아시아 경매 시장의 거점인 홍콩을 서울이 대체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티 관계자는 "크리스티의 경우 아시아 경매 시장의 거점이 홍콩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에서 직접 경매를 열기에는 시계, 명품 등의 매출이 많은 경매 구조상 사치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한국 시장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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