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계기준 도입 …'ARK'로 보험업계 혼란 최소화"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3. 1. 8. 1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허창언 보험개발원 원장
시스템 없는 보험사 도울것
혁신기술 보험에 접목시켜
종합컨설팅 전문기관 목표
車보험 제도보완 방법 연구

"'금융의 공공성'은 제가 평생 집중해온 화두입니다. 시장과 당국 사이에서 공정하게 양측 입장을 전달하고 국익과 업계, 보험 계약자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견을 개진하려고 합니다. 보험개발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우리 보험 산업의 성장을 적극 돕겠습니다."

허창언 보험개발원장은 올해를 분주하게 보낼 금융 리더 중 한 명이다. 올해 본격화될 보험업계 지각변동에 따른 굵직한 과제를 잔뜩 받아 들었기 때문이다. 허 원장은 금융감독원에서 보험감독 관련 업무를 총괄해온 보험정책 전문가다. 작년 11월 원장으로 취임했지만 이미 업무 파악을 마치고 신년 전략과 향후 비전을 마련해뒀다.

'허창언표 보험개발원'의 큰 그림은 보험 산업의 신시장 확대와 성장을 지원하는 '종합 컨설팅 전문기관'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허 원장은 "개발원이 보유한 빅데이터와 금융·비금융권이 가진 정보를 결합하고 분석해 인슈어테크, 헬스케어 등 기술·사회 변화에 대한 조사·연구를 보험 산업에 접목해 혁신적인 서비스 창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9개 보험사와 공동 구축해 운영 중인 'ARK시스템'이다.

아크는 1월부터 도입된 새 글로벌 회계기준(IFRS17)에 따른 결산시스템이다. 새 제도 시행으로 보험사들의 '회계장부'가 완전히 바뀌게 되는데, 혼자 시스템을 구축할 여력이 되지 않는 보험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허 원장은 "새로운 회계제도(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시행되면서 업계 전체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감독당국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회사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이 눈여겨보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일부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와 과잉진료다. 개발원과 보험연구원이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치료비 중 경상환자의 모럴해저드 비중은 34.8~61.9%로 추정됐다. 금액으로 치면 9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술술 새는 보험금은 85%가 넘는 선량한 가입자에게 전가된다. 허 원장은 "차량 한 대당 보험료 3만4000~6만2000원을 추가 부담하고 있다는 개발원 자료도 있더라"며 "이를 줄이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제도 개선에 더해 도덕적 해이를 억제할 수 있는 객관적 관리 지표 마련과 시행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허 원장은 "각종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련 연구와 통계적 분석도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개발원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진행한 '범퍼카 실험'이 화제를 모았는데, 경미한 사고 관련 자동차 탑승자의 상해 분석 프로그램 개발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증가하는 전기자동차 사고와 관련해 합리적인 보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자동차에 실린 소지품의 파손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제시할 계획이다.

1987년 한국은행에 입행하면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허 원장은 2015년 금융보안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중대한 고비마다 등판해 정책 실무를 주관했다. 뛰어난 업무 능력과 친화력으로 위아래에서 모두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 IMF 구제금융 시절, 후배들과 밤을 새워 가면서 '나라를 구할 문서(재무구조개선약정)'를 만든 일화는 유명하다.

허 원장과 일했던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침에 반바지 들고 출근해서, 냉방이 꺼진 저녁부터는 웃통 벗고 반바지 차림으로 밤새워 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워낙 추진력이 강하고 인간적인 면모도 있는 선배라 힘든 줄도 모르고 따라갔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금융보안원 원장 시절에는 비대면 디지털 금융 확산을 미리 내다보고 블록체인과 금융보안 관제 분야를 지원하며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그는 "36년간 '오늘도 부국강병' '나라를 구하는 일'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서 즐겁게 일해왔다"며 "원장으로 지내는 3년 동안 보험개발원을 '붐업'시키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시스템과 위상을 갖출 수 있다면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또 "보험은 미래를 예측하는 산업이고 참 어려운 상품"이라며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약관과 보험 용어를 바꾸는 작업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신찬옥 기자]

▶허창언 원장은… △1959년생 △제주 제일고, 서울대 법대 △고려대 법학 석사 △1987년 한국은행 입행 △한국은행 금융개선국, 분쟁조정실, 신용감독국 △1999년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인허가팀장, 보험총괄팀장, 특수보험팀장, 경영지도팀장 △2003~2012년 금융감독원 상시감시팀장, 감찰팀장, 법무실장, 공보국장, 보험감독국장 △2013년 보험 담당 부원장보 △2015년 금융보안원장 △2018년 신한은행 상임감사위원 △2022년 11월~현재 보험개발원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