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우간다 이어 중남미로…세계서 '100년 금고' 기반 다진다
2017년 150조였던 총자산
5년 만에 276조로 급성장
인터넷뱅킹 시스템 재구축
금융마이데이터 서비스 출시
오프라인 점포 수 줄이지 않아
금융 소외계층 위한 역할 막중
"한 장 한 장 모은 현금을 직접 들고 가서 창구에서 입금하고, 통장에 찍히는 숫자들을 보는 게 기쁨인 분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엄마 손잡고 와서 '생애 첫 통장'을 만들고 남은 용돈을 예금하던 어린이들이, 성인이 돼서도 기쁘게 찾을 수 있는 새마을금고를 만들겠습니다."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가장 활기 차게 2023년을 시작한 금융리더 중 한 명이다. 새마을금고는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박 회장은 "선배들이 쌓아올린 반석 위에 금자탑을 쌓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임기 동안 '100년 금고'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과 디지털, 오프라인 강화다. 특히 올해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세계화에 속도를 낸다. 새마을금고의 세계화는 글로벌 사회공헌 성격이 강하다.
박 회장은 "창립 60주년을 맞는 5월 25일 세계 각국의 새마을금고인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서울에 모여 '세계 새마을금고의 날'을 선포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새마을금고 세계화로 해외의 빈곤 국가에 대한민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저축정신과 절약정신이 더 빠르게 전파돼 다 함께 잘살 수 있는 더 나은 세상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미얀마에 처음 진출한 이래 우간다와 라오스 3개국 등에 총 56개 새마을금고가 설립됐다. 1만5000여 명의 회원이 한국 돈으로 약 14억원을 저축했다. 2022년 신규 국가로 피지에 새마을금고 설립을 추진했고 2023년에는 중남미 국가로 사업 범위를 넓힌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MZ세대 고객 유치를 위해 디지털 금융에도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박 회장은 "코닥필름이 왜 망했을까, 현실에 안주해 미래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취임 후 디지털 정보기술(IT) 센터를 만들고 다른 금융사보다 앞서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개인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재구축하고 금융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출시한다. 공공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도입해 증빙자료제출 절차도 간소화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영업 강화도 박 회장의 소신이다. 다른 금융기관들이 이익이 나지 않는 지점을 통폐합하는 식으로 오프라인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지만 새마을금고는 점포를 줄이지 않았다. 박 회장은 이를 '최후의 보루'라고 표현했다. 그는 "3200곳이 넘는 우리 지점 중 500개 이상이 농촌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우리까지 철수하면 지역민들이 금융업무를 볼 수 없는 곳도 많다"면서 "비대면 디지털금융이 대세라지만, 금융 소외계층을 생각하면 새마을금고의 역할이 막중하다. 앞으로도 점포를 늘리면 늘렸지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1997년 동울산새마을금고이사장으로 시작해 26년간 새마을금고인으로 살았다. 누구보다 새마을금고 정신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 박 회장은 2017년 약 150조원이던 총자산을 약 276조원(2022년 11월 말 기준)으로 키웠다. 5년이 안 되는 기간에 약 84%가 성장한 것이다.
박 회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현장중심경영'과 '금고가 먼저다'라는 가치였다. 그는 "전국 이사장님들이 적극 의견을 개진해주고 발전 방향에 대해 소통해온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그는 "기존에 '감독' 중심이었던 중앙회 역할에 '지원' 기능을 강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금고의 '자율적 책임경영'을 통해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올해는 조직문화 개선에 힘쓸 방침이다.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받는 일터'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과 우리 조직문화와 윤리경영 수준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세부적인 개선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겠다고 박 회장은 약속했다. 임직원 대상 윤리경영 교육을 현장 밀착형 교육으로 강화하고, 지역본부별 외부 노무법인과 자문 체계를 만드는 등 인사와 노무 지원체제를 적극 강화할 방침이다.
60주년을 기념해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신상품도 준비 중이다. 박 회장은 "새마을금고는 지난 60년간 국가적·사회적 문제에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해왔다"면서 "지금은 범국가적으로 매우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주목하고 관련 공익상품 출시를 계획 중"이라고 귀띔했다.
박 회장의 별명은 '불도저'다. 30대 시의원 시절부터 '한 번 마음먹은 일은 끝장을 본다'는 의미로 얻게 된 별명이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취약계층 지원을 늘리면서도 자산 200조원대를 달성했고, 수익도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는 등 빠르게 성장해온 것이 자랑스럽다"면서 "앞으로도 전국 이사장님, 회원님들과 적극 소통하면서 불도저처럼 전진하겠다. 올해가 토끼해인데, 토끼는 뒷다리가 길어 오르막에 강하다. '자산 300조원 시대'를 위해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박차훈 회장은
△1957년생 △1997년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울산시 초대 동구의회운영위원장, 제2대 동구의회 부의장 △1997~ 2018년 동울산새마을금고 이사장 △2002~ 2010년 새마을금고연합회 울산경남지부 제12·13·14대 지부회장 △새마을금고중앙회 이사, 사회복지법인 동울산새마을금고 느티나무복지재단 설립위원장 및 초대 대표이사 △2020년 한국협동조합협의회장 △2018년 3월~현재 새마을금고중앙회장(제17·18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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