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도 어려워 … 위기 극복하고 고객자산 지킬것"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3. 1. 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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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금융지주·NH농협은행
취임식도 생략하고 현장 달려가
스타트업이라도 적극 협업할 것
모든 부서에 디지털 전환팀 설치
'올원뱅크'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올해 (경영 환경이) 많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각심을 가지고, 도전정신으로 적극 개척해나가겠습니다."

이석준 신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일 첫 출근길에서 밝힌 취임 일성은 '위기 관리'였다. 올 상반기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 유럽중앙은행, 한국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기조를 천명하며 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 생겨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고 고객 자산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농협금융 현장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별도 취임식도 갖지 않고 바로 업무 파악에 돌입했다. 이 회장이 생각하는 향후 농협금융 역할은 금융지주사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금융지주사로서 중심을 잡아야 앞으로 닥칠 위기에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농협금융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지도 10년이 넘어간다"며 "형식적인 금융지주회사가 된 것을 넘어서 이제 내실을 다지고 실질적으로 금융지주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금융혁신의 최선두에 농협금융을 위치시키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이 회장은 "한국 최초 아니, 세계 최초의 금융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시도해봤으면 좋겠다"며 "세상 사람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주는 금융서비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비상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임직원을 주목하고, 임직원들의 야심 찬 도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은 이 회장의 장기이자 지속되는 목표다. 이 회장은 2014~2016년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을 지낼 당시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을 주도하며 기술창업 활성화, 유망 스타트업 발굴, 대·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 마련 등의 성과를 냈다. 2022년 '매경 핀테크 어워드' 심사위원장으로서 심사할 때도 그는 "얼핏 보면 황당하게 느껴질 만큼 새로운 사업모델이나 '세상에 없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업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금융혁신을 강조했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과감하게 외부 기업들과 협업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여러 혁신기업들과 협력할 때 더 큰 혁신을 더 빠르게 이뤄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회장은 "우리 혼자만으로는 고객이 만족할 만한 금융서비스를 속도감 있게 제공할 수 없다"며 "새로운 생각,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개인,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과 함께 호흡을 맞출 이석용 신임 NH농협은행장도 위기 관리와 혁신을 강조했다.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 "외부적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 기업의 영역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만성적인 자본 부족과 비이자 사업의 열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안팎의 위기를 극복하고 협동조합 수익센터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비상한 의지와 각오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에 리스크 관리는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농협은행은 향후 경기 상황을 상시 점검해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고, 세밀한 시나리오 분석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위기 상황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농협은행은 융복합 시대 디지털 혁신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도 했다. 이 행장은 "전통 은행 입장에서는 은행과 비은행 간 경계를 넘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금융서비스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플랫폼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농협은행 플랫폼 '올원뱅크'를 온 국민이 애용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정착시키는 동시에 업무프로세스를 재분석하고 디지털화해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디지털전환(DT) 부문을 신설하고 강태영 부행장을 부문장으로 임명했다. 모든 부서에 디지털전환을 이식해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간 디지털전환은 '셀'이라는 별도 부서에서 담당했다. 올해부터는 농협은행 전 부서에 디지털전환팀이 있고 이 팀들을 DT 부문이 총괄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DT 부문 내 프로세스혁신부도 신설됐다. 농협은행 전반의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디지털전환 전략과 연계해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추진한다.

이석용 행장은 비이자 부문 수익 확대도 강조했다. 변화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이자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상업은행 운영 방식으로는 수익을 유지하기 힘들고, 비이자 부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행장은 "은행 내부적으로는 자체적인 투자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금융과 시너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산관리(WM), 퇴직연금, 기업금융(IB) 사업은 NH투자증권과 같은 지주 내 전문가 집단과 협업해 선도사와 격차를 줄이겠다고도 했다. 농협은행은 올해부터 기업투자금융 부문 내 투자금융부를 IB사업부와 프로젝트금융부로 분리했다. 우량 투자금융 사업을 위해 조직을 세분화해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서정원 기자]

▶이석준 회장은… △1959년 부산 출생 △1978년 서울대 경제학과 입학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 합격 △2002년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2011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2012년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2013년 기재부 2차관 △2016~2017년 국무조정실장 △2018~2021년 AXA손해보험 사외이사 △2022년 서울장학재단 이사장 △2023년~현재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석용 행장은… △1965년 경기 출생 △1991년 농협중앙회 입사 △2014년 농협은행 파주시지부장 △2016년 농협중앙회 조합구조개선지원부 국장 △2017년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사무처 국장 △2019년 농협은행 수탁업무센터장 △2020년 농협은행 서울영업본부장 △2022년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 △2023년~현재 NH농협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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