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속 혁신'으로 … 금융산업 위기극복 한마음
희망찬 2023년이 밝았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과 금융 산업 분위기는 사뭇 어둡다.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끝나는가 싶더니 다시 확산 조짐이 보이고, 역사적 인플레이션에 글로벌 통화긴축,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겹쳐 그 어느 때보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시기다.
올해 금융권 '대표선수' 기용 전략은 극과 극이다. 위기 상황인 만큼 수장을 바꾸지 않고 '안정 속 혁신'을 택한 금융사가 있는가 하면, 인사 폭을 확 키워 '새판'을 짠 회사도 있다. 3부회장 체제, 3그룹 체제 등 핵심 리더층을 두텁게 가져가려는 전략도 눈에 띈다. 특히 이번에 새로 선임된 수장들의 어깨가 무겁다.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 보니 책임은 많고 운신의 폭은 크지 않아서다.
금융 리더들은 복합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다양한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면서 새로 시행되는 제도에 적응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취약 채무자와 소상공인들의 연착륙을 지원하면서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큰 그림도 그려야 한다. 디지털 비대면 금융 시대에 소외되는 금융 취약층이 없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감독당국도 이 같은 상황의 엄중함을 환기하며 금융권의 지원을 당부하고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일 열린 '2023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금융시장·거시경제 불안 요인에 대해 신용 경색과 자금흐름 왜곡을 해소하고,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함으로써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해 나가겠다"며 "금리 급등에 따른 취약계층의 금융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서민금융과 정책모기지 지원을 확대하고, 가계·소상공인 등의 채무조정제도도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비관론을 경계하고 최선을 다하자고 격려했다. 그는 "금융은 거대하고 복잡한 신뢰의 네트워크이기에 어느 한 군데에서 믿음이 끊어지면 순식간에 금융 전반의 신뢰 위기로 확대되곤 한다"며 "위기라는 비관론에 휩쓸리지 말고, 세계 10위권 이내의 경제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저력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다가오는 어려움을 헤쳐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신년사에서 "복합 위기 리스크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금융 시스템 안정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대내외 리스크 요인별 상시 감시와 취약 부문 잠재 리스크 점검을 강화해 금융권의 위기 대응 능력을 확보하겠다"며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 대체투자 등 고위험자산의 리스크를 집중 점검해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하는 등 선제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민생 안정 대책도 강조했다. 그는 "서민금융의 안정적 공급을 유도하고 관계 부처 등과의 협업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활력 회복을 위한 금융 지원 확대에 최선을 다하겠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종합정보센터를 구축하는 등 비금융 측면의 지원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지원도 약속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디지털 혁신을 위해 제도와 인프라의 개선을 추진하겠다. 데이터 전문기관 추가 지정 등을 통해 금융데이터 산업의 기반을 확충하고 건전한 디지털자산 시장 조성을 위한 입법 지원과 금융 플랫폼 확산에 대비한 업권별 감독제도 정비에도 힘쓸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같은 기조에 맞춰 5대 금융지주를 비롯한 업계 리더들은 '책임경영'으로 화답하겠다고 밝혔다. 내부감사협의제 운영을 내실화하고 임직원 윤리교육 강화와 시스템 보강으로 내부 통제 역량을 높이겠다는 회사들이 많았다. 취약차주와 서민금융 지원은 모든 금융권 리더가 앞장서서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그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기인 만큼 감독당국의 유연한 규제 적용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신사업 진출'도 공통된 화두였다. 올해는 경제지표와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회사별 경쟁력에 따라 실력 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증권과 벤처캐피털(VC)처럼 같은 금융산업은 물론 모빌리티와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분야 진출도 적극 모색하겠다는 수장들이 많았다. 새 회계제도(IFRS17) 적용으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는 보험업계 대표들도 디지털헬스케어와 1사 1라이선스 완화에 따른 새로운 영토 개척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승자독식' 시장인 금융 플랫폼 1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월 첫선을 보인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가입자 5500만명(중복 가입 포함)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실사용자가 많지 않고 압도적인 사업자가 없는 상황이어서, 금융사들의 구애가 계속될 전망이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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