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이 들끓던 도시 토리노, 페미니스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문지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에이젠슈타인의 <‘자본’에 대한 노트>에서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장뤽 고다르가 나눈 대화에 이르기까지 해외의 정치·사회·예술 에세이를 소개해온 문학과지성사 ‘채석장’ 시리즈가 국내 필자들의 에세이를 담은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를 선보인다.
문학과지성사는 ‘채석장 그라운드’ 1차분으로 이탈리아와 유럽현대사를 연구해온 서울대 서양사학과 장문석 교수의 <토리노 멜랑콜리>, ‘페미니스트 노동 연구자’ 이소진의 <경험이 언어가 될 때>, 문학평론가 이광호의 <장소의 연인들>을 우선 선보였다.
<토리노 멜랑콜리>는 100년 동안 자본과 노동 사이에 격렬한 투쟁이 벌어진 도시, 반파시스트 지식인들이 자유를 위해 위대한 싸움을 벌였던 이탈리아 도시 토리노에 대해 다룬다. 20세기 토리노는 자동차 기업 피아트가 포드를 따라 새로운 생산 조직을 시험하고 있었고, 혁명가와 노동자들은 러시아 볼셰비키를 따라 혁명적 선동을 시도하고 있었다. 장문석은 “20세기 초반 토리노는 도시 전체 하나가 거대한 사회정치적 실험실과도 같았다”고 말한다. 격렬한 계급투쟁과 노사갈등의 무대였다. 저자는 토리노의 들끓는 모습을 서사적 필치로 그려내며 이탈리아 변방에 자리잡은 도시의 과거를 지금 되새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질문을 던지고 한국의 정치사회적 현실을 반추한다.
저임금과 시간 빈곤의 이중 부담을 지고 있는 중년여성의 노동 현실을 조명한 전작 <시간을 빼앗긴 여자들>로 주목받은 노동 연구자 이소진의 <경험이 언어가 될 때>는 과거 미성숙했던 자신의 모습부터 숨김없이 드러내며 성찰하는 고백적 글쓰기를 보여준다. 계급·여성·자본·시간·소비·생산 등 주제를 교차시키며 사유를 펼쳐보인다. 애초에 배제되었던 존재들까지 포함되도록 보편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며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보편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장소의 연인들>에서 연인들의 시간이 장소를 어떻게 바꾸는지 탐색해나간다. 장소와 연인들의 공동체에 대한 개념적 연구와 여러 소설 텍스트 속의 연인들의 장소들, 익명적인 ‘나’와 ‘그’의 시선과 상상력이 교차하는 일종의 픽션 에세이를 선보인다.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는 앞으로 목정원의 <몰입과 거리>, 심보선의 <시와 직업>, 현재환의 <인종 과학>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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