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소비’ 나서는 中 여행객, 세계 경기 ‘약’ 될까 ‘독’ 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전인 2019년 중국인 1억5500만명이 해외로 나가 2500억달러(약 315조원)를 지출할 정도였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국인 해외 관광객 수는 약 95% 감소했다고 컨설팅업체 매킨지 중국 선전지사의 스티브 색슨이 밝혔다. 색슨은 “젊고 부유한 중국인들의 그간 억눌렸던 외국 여행 욕구를 풀기 시작하면서 해외 여행객 수는 올 여름까지 매달 600만명선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3년 중반이면 코로나19 이전의 50% 수준까지 올라온다고 내다본 것이다.
실제로 여행 규제가 풀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중국 여행 사이트 트립닷컴의 국제선 항공편과 숙박 관련 검색량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춘제(春節·설) 연휴(21∼27일) 기간 해외여행 예약은 지난해 대비 540% 늘었고, 예약 1건당 지출액 역시 32% 증가했다.
미국 TD증권의 앨릭스 루 전략가는 “지난 1년간 예금이 빠르게 증가한 것은 중국의 가계가 상당한 현금 보유량을 축적했음을 시사한다. 잦은 봉쇄가 가계 지출에 제약을 초래했을 것”이라며 “지난해 초 각국이 코로나19 관련 여행 규제를 해제했을 때처럼 중국 소비자들이 ‘보복 지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인지 미국, 한국, 유럽 각국과 달리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도가 큰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발 입국자 규제의 강도를 높이지 않고 있다. 태국 보건부 장관은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 경제 회복을 가속화할 기회 중 하나”라고 말했다. 뉴질랜드도 코로나19 이전 두 번째로 큰 관광 수입원이었던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검사를 면제했다.
선전에 사는 류차오난(24·여)은 CNN에 “춘제 기간 필리핀에 가고 싶었지만 비자를 신청할 시간이 빠듯해 전자허가증을 제공하는 태국으로 행선지를 바꿨다”며 “다른 사람들도 아마 비자 친화적인 나라를 많이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쿠버다이빙도 하고 화장품도 사올 생각으로 이번 여행 예산을 최소 1만위안(약 185만원)으로 책정했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물가·금리 인상 견인”
특히 원자재 수입국들이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부작용을 겪을 위험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석유 시장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경기 둔화로 소비가 감소하는 것보다 중국 수요 증가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됐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경기 회복으로 브렌트유 가격이 현재(약 80달러)보다 20% 이상 높은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비용이 오르면 물가를 잡는 데에도 방해가 된다.
또 중국이 코로나19에서 회복하더라도 중국 투자 여건은 과거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내다봤다. 지난 3년간 가혹했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이번에 갑작스레 단행된 규제 완화를 보면서 투자기관들이 중국의 위험도를 높게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신뢰가 흔들리면서 외국 기업들은 돈이 더 들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생산하려 들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의 재개방이 단기적으로는 수많은 사망자를 낳고 중국 경제에도 혼란을 일으키겠지만 결국에는 경제활동이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기간 만연했던 편집증과 외국인 혐오 분위기는 분명히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실시해온 입국자 격리가 8일자로 폐지됨에 따라 중국에 들어오는 내외국인은 입국 직후 건강 신고와 일반적 검역 절차에서 이상이 없으면 격리 없이 곧바로 자택 등 목적지로 향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입국자에게 강제한 ‘최대 3주간 시설 격리’ 제도는 사실상 중국인의 해외 여행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해왔다. 해외로 나갔다 다시 들어오는 데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 정부가 발급한 비자 등 방문·체류 허가를 받은 외국인 역시 출발 48시간 전에 실시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결과만 있으면 중국을 찾을 수 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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