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나비효과…‘금융위 입’ 6개월 공석 속사정[최훈길의뒷담화]
개방형 직위 바꿔, 내부 국장 인선 전망
레고랜드 사태 후 '발언 중요성' 절감해
민감한 시장 고려한 안정적 인사 기조로
이르면 이달말 尹 업무보고 전 확정할듯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지난 주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로 신규 등록하면서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금융위 대변인직이 6개월째 공석이어서입니다. 정식 임명 없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입니다. 대변인은 ‘금융위 입’으로서 주요 정책을 알리고, 언론과 마주하는 최전선에 있습니다. 장관·금융기관장 등 요직에 오를 수 있는 주요 보직이고요. 특히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 현안이 중요해진 때인데 대변인직이 반년이나 공석인 점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대변인 공석, 금융위 깊은 고민
무슨 속사정이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금융위 대변인직은 고위공무원(국장급) 개방형 직위입니다. 개방형 직위란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금융위의 경우 관련 분야 3년 이상 근무)도 응시할 수 있는 자리로 통상 민간인이 임명됩니다. 금융위는 “국내외 경제 및 금융 관련 기관에서 업무 경험이 풍부한 자”, “금융 정책수립 및 제도개선 등 관련 분야에서 탁월한 업무 실적을 소지하거나 정책홍보 분야에서 업무 실적이 우수한 자” 등을 대변인으로 뽑고 있습니다.
앞서 서정아 대변인이 작년 7월까지 3년간 대변인직을 맡았습니다. 서 대변인이 2019년 7월에 개방형 직위인 대변인직에 임명되자 당시 관가에선 화제가 됐습니다. 금융위원회 첫 여성 고위공무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인사혁신처의 정부헤드헌팅을 통해 약 26년간 언론사에서 근무한 언론인이 대변인을 맡게 된 점도 주목받았습니다. 서 대변인은 “전통적 방식을 탈피하겠다”며 문재인정부 금융위에 새 바람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뒤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금융위 대변인직을 개방형 직위로 뽑는 일정이 잇따라 지체됐습니다. 개방형 직위 인선 절차는 인사혁신처가 맡고 있습니다. 인사혁신처 확인 결과,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금융위 개방형 직위 인사는 없었습니다. 앞으로 금융위 개방형 직위 인사가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서 대변인처럼 민간 전문가가 임명될지도 불투명한 셈입니다.
관가에서는 2가지로 원인을 분석합니다. 첫째로 적임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금융위 대변인직에 오를 여러 후보군을 검증해봤지만 괜찮은 인사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석연치 않습니다. 당장 적임자가 없었더라도 6개월이나 공석인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듭니다. 지원자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금융위 대변인직에 일간지 출신 언론인 등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장 움직이는 ‘금융위 입’ 중요성 절감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금융위가 장고를 거듭하는 데는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녹록지 않고 불확실한 경제에 대한 고민입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에 그칠 정도로, 작년보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예상됩니다. 이데일리가 국내 10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올해 증시 전망치를 문의한 결과, 코스피 최저점은 2000선, 최고점은 2700선이었습니다. 그만큼 증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최근 레고랜드 사태는 금융위 고민을 더 깊게 했습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작년 9월28일 춘천시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 사업을 맡았던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지자체의 신용보장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시장 불안감이 확산했습니다. 결국 레고랜드발(發) 국내 자금시장 경색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이후 정부가 ‘50조원+α’의 긴급 시장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불씨가 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를 겪은 금융위는 민감한 시장 상황과 함께 ‘말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특히 ‘금융위 입’인 대변인 자리는 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자리입니다. 과거에도 안심전환대출 규모, 공매도 재개 시기 등을 놓고 시장이 불안할 때, 금융위 대변인 발언이 시장에 영향을 줬습니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이후에는 관가에서 당국자 발언에 더욱 신경 쓰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민간인보다는 오랫동안 금융당국에 있었던 내부 출신 공무원을 대변인으로 앉히려는 분위기입니다.
이르면 이달 말 결론이 날 전망입니다. 금융위가 이달 말 대통령 업무보고 전에 대변인을 임명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대변인 등 주요 인사들을 임명한 뒤에 대통령 업무보고를 진행할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금융위 대변인으로 언제 누가 정식 임명을 받을지 주목됩니다. ‘금융위 입’에 대한 인사 결과 보면, 금융당국이 올해 경제 상황과 경기를 보는 엄중한 시각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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