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한국 '근로 노령화 사회' 주목..."이 나이에 일, 즐겁지 않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서 고령화가 급속화하면서 은퇴 연령이 넘어서도 일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여러 동아시아 국가의 인구가 감소세고 노동시장 진입 젊은 이가 줄면서 70대 이상 고령에도 일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신문은 인구 구조 변화로 각국의 연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퇴직자가 매달 충분한 연금을 받기 어려워진 상황에 주목했다.

이렇다 보니 동아시아 전역에서 고령층 상당수가 고령 사회의 현실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며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젊은 시절 사무직, 택시기사 등을 거쳐 식료품 배달을 하고 있는 오나미 요시히토(73) 씨는 새벽 1시 30분이면 일어나 트럭을 몰고 일을 나간다.

그는 “이 나이에 일하는 것이 즐겁지는 않다”라며 “하지만 생계를 위해 일한다”고 말했다. 그가 받는 기초 연금은 한달에 6만 엔(57만 원)이다.

과거 부산 용두산 공원에서 한가롭게 여가를 보내는 노인들의 모습. 국제신문DB

한국에서는 노인 빈곤율과 일하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각각 40%가량 된다. 홍콩에서는 노인 8명 중 1명꼴로 일을 하지만, 일본에서는 노인 4명 중 1명꼴로 일한다. 미국에서 18%인 것과 비교해 높은 수치다.

노동 시장의 고령 근로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각국 정부의 정책도 달라졌다.

일본과 한국에는 고령 노동자를 위한 임시 직업소개소나 노조가 있다. 일본 정부는 고령 직원들을 위한 시설을 강화하는 중소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NYT는 노동 고령화 사회의 이면을 짚었다. 안정적인 정규 사무직은 대체로 젊은이들에게 주어지며, 노인들에게는 저임금에 체력적 소모가 큰 계약직 자리를 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노인들 상당수가 청소나 마트, 배달, 경비 등 저임금 노동을 하고 있다.

저임금 계약직의 경우 기업의 퇴직연금이 아니라 국가에서 주는 기초 연금밖에 받지 못하게 되는데 한국과 중국, 일본의 평균 연금은 월 500달러(약 63만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일본과 한국, 중국, 홍콩에서 노인들이 일을 하거나 여가를 보내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기사에 곁들였다.

한국에서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점심 식권을 나눠주는 한 시설에서 노인들이 오전 9시부터 줄을 서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기사는 고령화 추세를 뒤따르고 있는 다른 지역 국가들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선례를 지켜보며 위기에 대응할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스튜어트 바스텐 홍콩과학기술대학 사회과학 교수는 “당황하고 겁에 질려 헤매기만 하겠느냐, 아니면 ‘복잡하지만 우리 삶과 제도를 대폭 다른 방식으로 적응시켜 나가야겠다’고 하겠느냐”라며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