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차례 투표 끝 가까스로 하원의장 입성한 매카시…공화당 내분 심화·대중국 공세 예고도
미국 하원이 닷새에 걸친 진통과 혼란 끝에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를 하원의장으로 6일(현지시간) 확정했다. 164년 만에 가장 많은 15차례의 투표를 거쳐 미국 권력서열 3위 직위에 오른 매카시 신임 하원의장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공화당 극우파의 ‘세력 과시’가 빈번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매카시 의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고강도 견제와 대중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매카시 의장은 7일(현지시간) 새벽 하원의장에 선출된 뒤 한 첫 연설에서 중국 문제 대응과 연방 정부 부채 해결을 우선 과제로 거론했다. 그는 하원 산하에 설치하기로 한 중국 특별위원회를 언급하며 “(특위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일자리 수십만개를 다시 가져와 중국과의 경제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간선거 전부터 공화당이 승리해 자신이 하원의장이 되면 대만에 방문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매카시 의장은 또 “뻥 뚫린 남부 국경, 에너지 정책, 학교에서 이뤄지는 ‘워크’(Woke·차별 반대 등 사회적 정의 관련된 인권 감수성을 의미) 주입 등 미국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시정할 법을 제정할 것”이라며 “이제 대통령의 정책에 견제와 균형을 맞출 때”라고 했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되찾은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한 조사·감독 권한을 발동해 공세 수위를 높이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카시 의장 선출을 축하하는 성명을 내고 “공화당과 협력할 준비가 됐다”며 “지금은 책임감 있게 통치하고 미국 가정들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도록 확실히 할 때”라고 밝혔다.
하지만 매카시 의장의 포부와 달리 그의 리더십은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 드러난 당내 극심한 분열상으로 인해 시작 전부터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반란표를 주도한 공화당 초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인 것은 임기 내내 매카시 의장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실제 반란파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 매카시 의장은 하원의장 권한 약화를 포함한 강경파의 여러 요구를 수용했다. 대표적으로 △하원의장 해임 결의안 제출 기준을 ‘의원 1명’으로 완화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의 하원 운영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 배치 확대 등이다. 매카시 의장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한 관련 법안과 관련해서도 강경파의 요구대로 정부 지출 축소를 연동하기로 해 최악의 경우 ‘셧다운’(연방정부 일시 업무 정지)까지 치닫을 수 있다.
하원의장 해임 요건 완화 결정은 매카시 의장이 향후 예산안·입법 처리나 특위 운영 등의 과정에서 공화당 강경파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공화당 강경파들이) 매카시 의장을 인질로 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여전히 상원 다수당인 상황에서 매카시 의장과 “물과 기름처럼 다른 스타일”(정치전문매체 더힐)이라는 평가를 받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간 호흡도 지켜볼 대목이다. 둘은 우크라이나 지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매카시 의장은 매코널 원내대표가 지지한 인프라법, 반도체·과학법, 총기규제법에도 모두 반대했다.
지난 3일 제118대 미 의회 개원 첫날부터 시작된 하원의장 선출 과정은 혼돈 그 자체였다. 1923년 이후 100년 만에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재투표를 치른데다, 투표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다수당인 공화당 내 진영 갈등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다.
특히 6일 밤 치러진 14차 투표에선 매카시 의장이 과반까지 단 한 표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강경파 맷 가에즈 의원(플로리다)이 찬성이 아닌 ‘재석 기권’을 외치자 큰 아우성이 일었다. 가에즈 의원에 항의하려는 매카시 측 의원의 입을 동료 의원이 손으로 막는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신인인 휴대폰을 다른 의원에게 전달하려던 모습도 여과없이 전파를 탔다. 미 언론들이 “최대 승자는 C-SPAN(의회 전문 케이블방송)”이라고 자조섞인 논평을 할 정도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결국 15번째 투표에서도 216표를 얻는데 그쳤지만, 공화당 의원 6명이 아무도 뽑지 않고 ‘재석’(present)에 손을 들며 투표를 보류한 덕에 과반의 기준이 215표로 내려가면서 겨우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보수 성향인 WSJ는 사설에서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 대해 “이것이 건강한 숙의 민주주의의 사례였다는 낙관적인 이야기를 믿지 말라. 단지 권력투쟁(power play)이었을 뿐이므로”라고 평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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