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사노위 대외협력실장, 원전비리로 실형 2년 전력
2012년 김문수 위원장 대선캠프 경력
신임 대변인의 과거 폭행·개인 비위 문제가 불거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이번엔 노동계와 국회 교류·협력을 책임지는 대외협력실장이 과거 원전비리 사건 때 수억 원의 돈을 받아 챙겨 처벌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실장은 2012년 대선에 출마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당시 경기도지사) 캠프에서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 첫 경사노위 체제에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8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달 29일 자로 경사노위 대외협력실장에 임명된 이윤영(61)씨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이뤄진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 수사 당시 한국정수공업 부회장이던 오아무개씨에게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로 구속됐다. 2014년 2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이 선고한 1심 판결문을 보면, 이씨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2월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과정에서 한국정수공업이 냉각설비 등 공사와 운영 계약을 따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당시 실세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로비 명목으로 오씨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추징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이씨가 박 전 차관한테 5천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봐 뇌물공여 혐의는 무죄로 보았다. 이씨는 양형이 과도하다며 항소했지만 부산고법은 같은 해 8월 이를 기각했다. 이씨가 대법원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이씨는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2006년 서울시의원에 선출된 뒤 이듬해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 상임자문위원을 맡았다. 2008년엔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곤 보수 성향 외곽단체인 국민통합연대 상임대표를 맡던 중 당시 경기도지사로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김문수 캠프에서 일하다 막판에 박근혜 후보 캠프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경사노위는 유튜브채널 김문수티브이(TV)에서 일하던 이를 김문수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경사노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입길에 오른 바 있다.
경사노위의 대외협력실장은 노동계와 경영계, 국회, 시민사회단체와 교류하고 협력하는 게 주요 임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의제를 놓고 사회적 대화에 나설 경사노위에선 핵심 업무에 해당한다. 경사노위는 지난달 29일 가·나·다급 전문임기제 공무원 15명을 채용했다. 직급이 가장 높은 ‘가급’ 임명자는 이씨를 비롯한 4명인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무부 재직 시절 택시기사 폭행과 개인 비위 등으로 정직 중징계를 당한 것으로 드러난 대변인 역시 이들 중 한명이다.
이씨는 과거 전력이 실장직을 수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 일은 다 제 잘못으로, 충분한 대가를 치렀고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경사노위에 온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내가 실장으로 일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사·정 사회적 대화 참여 주체들은 부적절한 인사라는 반응을 내왔다. 한국노총의 이지현 대변인은 “정부위원회의 고위 공직에 수억 원의 뇌물을 받았던 인물을 채용하는 것은 비상식과 몰염치의 극치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법과 원칙’은 노동계 탄압용으로만 쓰이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평소 김문수 위원장이 대통령과의 독대를 자주 언급하며 친분을 과시해왔는데, 이런 인사 참사도 결국 대통령의 뜻인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경사노위도 잇단 인사 잡음에 당혹스런 분위기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이번 채용은) 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 김문수 위원장은 이번 인사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사노위 대외협력실장은 노동계와 경영계 등의 교류협력을 위한 가교 역할은 물론 국제기구와의 교류협력까지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인데, 과거 엠비 정부 원전비리 관련 실형을 받고, 심지어 김문수 위원장의 과거 정치 지지모임의 상임대표까지 했던 이가 채용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윤석열 정부가 진정성 있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동개혁을 할 의지가 있는지 정말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박태우 신민정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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