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북 무인기 인지 90분 뒤 대비태세···이미 서울 뚫린 시각
대비태세 ‘두루미’ 발령은 한참 늦은 12시
전달 못 받은 수방사, 11시20분쯤 자체 파악
부대 간 상황 전파·공조 안돼 ‘빈틈 투성이’
군이 지난달 북한 무인기 항적을 포착하고 1시간30여분 지나서야 무인기 대비태세를 발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인기가 서울을 향하던 상황에서 수도방위사령부는 무인기 침범 사실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곧바로 전달받지 못했다.
8일 군에 따르면 북한 무인기가 지난달 26일 경기 김포시 부근 군사분계선을 남하하려는 움직임이 오전 10시19분 군 레이더에 포착됐다. 하지만 군은 6분 뒤인 10시25분쯤 해당 항적을 인지했다.
이후 군의 대응도 곳곳에 허점을 드러냈다. 군의 무인기 대응 대비태세인 ‘두루미’는 낮 12시쯤 발령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무인기를 인지한지 1시간30여분 지난 시점으로 이미 무인기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등 서울 북부 상공을 누비던 상황이었다.
서울 방어를 담당하는 수도방위사령부는 무인기 침범 사실을 즉각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방에서 무인기를 최초 탐지한 육군 1군단과 합참으로부터 무인기 침범 상황을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방사는 오전 10시50분쯤 방공 레이더를 통해 서울 상공의 특이 항적을 포착했다. 사전 정보가 없었던 상황에서 자체 분석을 거쳐 포착한지 약 30여분 뒤 무인기 침범으로 결론 내렸다. 수방사는 오전 11시27분쯤 무인기 대응 작전에 돌입한다고 합참에 보고했고 이 과정에서 합참과 1군단 등이 무인기 작전을 수행하고 있음을 뒤늦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간 무인기 상황 전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북한 무인기 도발에 대응하는 전군 차원의 공조와 대비태세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합참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무인기 침범 현안을 보고하며 “전군 경계태세를 2급으로 격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합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알림 문자에서 ‘무인기의 영공 침범 탐지 정보가 1군단에서 수방사로 제때 전달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정보 공유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두루미’ 대비태세 발령까지 1시간30분 이상 걸린 데 대해서는 “두루미를 바로 발령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다만 “군은 두루미 발령 이전부터 남하한 미상 항적을 북한 무인기로 판단하고 대공감시 강화, 공중전력 긴급 투입, 지상 방공무기 전투대기 등 필요한 작전 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합참은 무인기 도발 직후엔 무인기가 서울 내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지난 5일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번복해 논란을 빚었다. 합참은 당시 작전 상황 전반을 돌아보는 전비태세검열을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는 문제된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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