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별 비례대표 확대가 바람직…개방형 명부제로 투명공천 담보돼야”

위지혜 기자(wee.jihae@mk.co.kr), 이호준 기자(lee.hojoon@mk.co.kr), 서동철 기자(sdchaos@mk.co.kr) 2023. 1. 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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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들이 말하는 바람직한 선거구제
“중대선거구제 정치양극화 해소 도움 안돼”
“권역별 개방형명부제가 바람직한 방법”
11일 정개특위 소위서 선거제 논의 시작
지역구 축소 또는 의원정수 확대가 걸림돌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운데)와 정개특위위원인 정희용(왼쪽), 장동혁 의원(오른쪽) 등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정개특위위원 선거구제 개편 관련 비공개 긴급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중대선거구제으로 개편 논의가 불붙은 가운데 선거제도 전문가들은 “현행 소선구제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는 1개 지역구에서 1인의 대표를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인데, 중대선거구제는 1개 지역구에서 2인 이상을 뽑는 방식이다.

엄기홍 한국정당학회장(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8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제 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중대선거구제를 하는 나라는 없다”며 “한국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엄 교수는 “(연정체제가 되면) 발목잡기가 발생하고 국회 다수당을 만들기 위해 상대 당의 입장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정책에 상당히 변동이 일어난다”며 “그걸 대통령이 받을 수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직전 정당학회장을 지낸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윤 교수는 “결국 거대 양당이 의석을 나눠갖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복수공천의 문제와 당선자 간의 득표율 등가성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호남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나오고 영남에서 민주당 의원이 당선되도록 하자는 당초 중대선거구제 도입 취지와는 달리 제3당의 원내입성이 어려워지고, 민의는 오히려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해 6·1지방선거에서 일부 선거구에 한해 중대선거구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한 결과도 이를 반중한다. 당시 기초의회의원선거 지역구 1030곳 가운데 30개 선거구에서 3~5인 선거구제를 시범 실시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공개한 ‘제8회 동시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의 효과와 한계’ 보고서에 따르면 시범 지역 30개 선거구에서 당선된 109명 가운데 양대 정당 소속 당선자가 105명으로 압도적(96.3%)이었던 반면, 소수 정당 소속 당선자는 4명(3.7%)에 불과했다. 특히 당선자 4명 중 3명이 민주당의 절대 우세 지역인 광주에서 당선돼 오히려 ‘지역 쏠림’이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정치개혁을 위해 대표성을 강화하고 진영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선거제도를 개편한다면 비례대표로 선출되는 의원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현재의 47석 가지고는 비례성을 높이거나 제3의 정당이 나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지역구에서 군소 정당이 성공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정당 대표를 통해서 비례대표를 낼 수 있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그런 식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비례대표 제도를 운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엄 교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의석 전부를 이전같이 정당의 득표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법이다. 국회는 병립협 비례대표제 대신 2020년 민주당 주도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꼼수 위성정당’을 탄생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권역별 개방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뽑되, 후보자 명부를 정당이 제공하는 ‘폐쇄형 명부’가 아니라 유권자가 선택하는 ‘개방형 명부’로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권역으로 나누면 지금보다 사표발생을 줄여 비례대표성을 높이고 지역 대표성도 올라 갈 것”이라며 “정당이 갖고 있는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어 교과서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최근 비례대표 선정 과정이 담긴 회의록을 연구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정의당은 회의록이 굉장히 세세하게 절차를 보여주고 있는데 반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회의록이 3페이지, 5페이지에 불과했다”면서 이러한 공천 과정을 투명하게 바꾼다면 후보들이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는 일이 덜해져 정파적 양극화, 팬덤정치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중의원 선거제도가 소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다수제형 혼합제(병립제)를 채택하고 있어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복입후보제를 통해 소선거구에 입후보한 후보자가 비례대표에도 중복하여 입후보할 수 있고 비례대표의원 연임이 가능한 구조다. 전국을 11개의 블록으로 구분하여 블록별로 비례대표의원을 뽑는다. 석패율제도를 통해 중복입후보자가 소선거구에서 낙선해도 비례대표의원으로 선출될 수 있어, 한국에 적용할 경우 각 정당의 대표의원들이 상대당의 강세지역에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 정개특위 산하 소위가 11일부터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본격 시작한다. 이전에도 총선을 앞두고 바람직한 선거제도의 모형이 제시되고 여야간의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국은 현실화되지 못했던 것이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비례대표 증가분 만큼 지역구 숫자를 축소하는 방안은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라 풀리지 않았고 의원정수를 늘리는 방안은 국민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추진의 부담을 가지면서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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