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열린 中국경 르포] "격리없이 집에 갈 수 있어 행복해요"

한종구 2023. 1. 8. 15: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공항에 3년 만에 마중객 등장…"외국인 입국은 아직 소수"
중국 강제격리 폐지 첫날 베이징 서우두 공항 [촬영 한종구 기자]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해외 입국자에 대한 강제 격리를 폐지한 첫날인 8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 제3터미널.

이날 서우두 공항에서 강제 격리 면제 혜택을 받은 첫 수혜자들은 홍콩발 베이징행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들이었다.

오전 10시 40분께 공항 게시판에 항공기가 착륙했다는 안내문이 나오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입국 게이트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꽃다발을 들고 있던 한 남성은 여자 친구를 마중 나왔다고 말했고, 한 60대 여성은 홍콩에서 오는 친척을 만나려고 공항에 나왔다고 전했다.

마중객이 출구 앞에서 기다리는 것은 전 세계 공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모습이지만, 베이징에서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풍경이다.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가까이 입국자들을 잠재적 감염자로 보고 공항 도착 즉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한 뒤 방역요원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만날 수 없도록 별도의 통로를 이용해 격리호텔로 이송했기 때문이다.

중국 강제격리 폐지 첫날 베이징 서우두 공항 [촬영 한종구 기자]

항공편이 도착한 지 30분가량 지나자 여행용 가방을 든 승객들이 한두 명씩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이들은 PCR 검사는 물론 강제 격리 없이 집이나 호텔로 갈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밝은 표정이었다.

게이트 앞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친지의 손을 잡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중국인 당 모씨는 "홍콩에 손자가 살아 1년에 한두 번씩 홍콩에 간다"며 "지난번 홍콩에 다녀올 때는 3주간 강제 격리를 했는데, 이번에는 격리 없이 바로 집으로 갈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홍콩을 경유해 베이징에 왔다는 류모 씨도 "공항에 도착한 지 30여 분 만에 입국 수속을 모두 마무리했다"며 "토론토에 있는 중국인 친구들도 격리가 사라진 만큼 중국에 돌아올 계획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입국자들은 중국의 강제 격리 폐지 첫날 모습을 취재하려는 외신 취재기자들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스마트폰으로 취재진의 모습을 담는 여유로움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이 3년 가까이 걸어뒀던 국경의 '빗장'을 풀면서 중국과 외부세계 간의 인적 교류가 점진적으로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강제격리 폐지 첫날 베이징 서우두 공항 [촬영 한종구 기자]

특히 중국의 입국자 강제 격리 폐지는 공식적으로 이날 0시부터지만 베이징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지난주부터 강제 격리가 해제됐다.

당국이 지난달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강제 격리 면제까지 공식화한 만큼 시설 격리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입국 게이트 앞에서 만난 중국중앙TV(CCTV) 기자는 "전 세계와 중국을 연결하는 항공편이 곧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항공편이 증편되면 중국을 찾는 관광객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항에서 베이징 시내로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만난 택시 기사도 "강제 격리가 해제되면서 지난주부터 수입이 크게 늘었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200위안(약 3만6천 원)밖에 못 벌었는데 며칠 전부터 수입이 900위안으로 늘었다"고 기뻐했다.

중국 강제격리 폐지 첫날 베이징 서우두 공항 [촬영 한종구 기자]

중국 매체들도 입국자 강제 격리 폐지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격리 폐지를 반겼다.

신경보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출발해 오전 0시 16분 광저우에 도착한 비행기가 격리 면제 혜택을 받은 첫 국제선 항공편이라고 소개했고, 신화사는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이 전날 오후 10시께 하얀색 전신 방역복을 입어 '다바이'(大白)로 불리는 방역요원과 이별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단기간에 급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중국의 코로나19 폭증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강화 조치를 시행하는 데다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증편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강제 격리 해제 첫날인 이날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국제선 항공편은 모두 8편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하면 폴란드 바르샤바,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마드리드발 3편에 불과했다.

공항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지금 중국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인이고 외국인은 거의 없다"며 "관광이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중국에 오는 사람들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려면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