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석학, 美 고금리·中 경기둔화 ‘이중 충격’ 경고…인플레 논쟁은 지속(종합)

뉴올리언스=이재은 기자 2023. 1. 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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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전미경제학회]
3년 만에 대면으로 행사 개최
저물가·저금리→고물가·고금리 시대
“미국 올해 경기 침체 예상”
인플레 향방 놓고 치열한 논쟁

전 세계 경제학자들의 지식 향연장인 전미경제학회(AEA)가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다.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개최된 이번 총회에서 경제학자들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의 충격을 연달아 받은 세계 경제의 현주소를 다각도로 짚어봤다.

석학들은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세계 경제가 전환점(turning point)을 맞았다고 입을 모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지속된 저물가·저금리 국면이 막을 내리고, 구조적인 고물가·고금리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 역대급 재정지출을 단행했는데, 이를 계기로 대규모 정부부채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7일(현지시각)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이재은 기자

◇ “코로나 정책 대응 적절…부족한 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바람직”

이번 총회에서 세계 경제 석학들은 코로나 팬데믹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관련 정책 대응을 평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주요국은 2020년 코로나가 확산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경기 부양책을 펼쳤다. 이와 함께 금리 인하 또는 초저금리 유지를 통해 유동성을 확대했다.

경제학자들은 과감한 재정·통화정책 덕분에 주요국이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에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시 재정·통화정책 대응이 과도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대응이 부족한 것보다는 지나친 편이 낫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완화적인 재정·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만큼, 과잉 대응에 따른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틴 포브스 MIT 교수도 “과도한 재정 지출로 급증한 정부 부채가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고, 갑작스러운 통화량 증가는 자산버블을 키우고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경제학자들이 6일(현지시각)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이재은 기자

◇ “고물가 계속” VS “인플레 곧 잡힌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전망은 엇갈렸다. 일부 학자들은 고물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다른 학자들은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상과 경기 침체의 여파로 물가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차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식료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와 서비스물가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당분간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효과가 최소 1년 6개월에서 2년의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당장 인플레이션 완화 압력으로 작용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간 물가 상승을 견인했던 공급망 차질도 최근 해소되고 있지만, 이 역시 실제 물가에 반영되려면 1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엘렌 젠트너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젠트너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인플레이션이 잡힐 때까지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미국 재무장관)는 세계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서 벗어나 전반적인 물가와 금리 수준이 높아지는 고물가·고금리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면서 “앞으로 10년간 미국의 실질 중립금리는 연준이 내놓은 예상치인 0.5%를 상회할 것”이라고 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가 6일(현지시각)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이재은 기자

◇ 올해 美·中 경제 동반 부진

석학들은 올해 세계 경제가 직면한 최대 리스크 중 하나로 중국 경기 둔화를 꼽았다. 중국은 지난해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의 여파로 성장이 크게 둔화됐는데, 방역 조치를 한꺼번에 풀어버린 올해는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성장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은 지난 40년간 세계 경제 성장 경로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앞으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 경제는 올해 둔화하거나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제이슨 퍼먼 교수는 “올해 미국 경제는 침체가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침체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가 올해 경제 전망에 있어서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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