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고 벗기도 귀찮아…집에서 ‘가상 피팅’ 현실로 성큼 [CES2023]
가상 피팅·의학용 카메라 등 신기술 선보여
“고개 흔드니 가상 귀고리가 찰랑찰랑”
터치패드 화면을 바라보며 화면 아래 안경 아이콘을 누르니 얼굴에 안경이 씌워졌다. 다른 디자인의 안경 아이콘을 터치하자 쓰고 있던 안경이 순식간에 다른 디자인으로 바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마스크를 낀 채 안경을 구매하며 겪었던 불편함이 떠올랐는데, 이를 해결해줄 솔루션을 만난 기분이었다.
국내 스타트업 딥픽셀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시이에스(CES) 2023’에 참가해 선보인 기술이다. 한 관람객이 체험 중이었는데,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액세서리가 없었지만 터치패드 화면에는 그의 귀에 걸린 귀걸이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6년 전 설립된 이 회사는 ‘가상 피팅 솔루션’을 제공한다. 터치패드나 스마트폰으로 얼굴과 손·팔목을 비춘 뒤 화면 하단의 제품 아이콘을 터치하면 장신구가 신체에 가상 착용된다.
실물 모습과 비교하면 다소 어색하지만, 특정 장신구가 자신과 어울리는지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고개를 흔들 때마다 귀걸이가 흔들리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이제훈 딥픽셀 대표는 “현재 롯데면세점 앱을 다운받으면 실제 면세점에서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의류 적용 기술은 개발 중이다.
이번 시이에스에는 국내 스타트업 150여곳이 참가했다. 역대 최대규모다. 특히 기술력이 뛰어난 50개 스타트업이 ‘케이(K)-스타트업’관을 별도로 꾸렸다. 케이-스타트업관을 둘러보며 눈에 띄는 업체들의 기술을 직접 체험해봤다.
트리플렛은 특정 공간을 방문한 고객의 나이·성별·동선 등을 파악해 개선점을 도출하는 솔루션을 제공해준다. 지에스(GS)25·롯데·이마트 등 매장을 운영하는 업체가 주요 고객이다. 신동화 트리플렛 대표는 “상품 매대까지 구분해 분석해준다. 만약 20대 여성들이 커피 구매 뒤 초콜릿을 구매하는 경향을 파악할 경우, 카페와 초콜릿 매대를 가깝게 배치하면 매출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팜플렛에 적힌 고객사 명단에 한라산국립공원도 있었다. 이 회사 기술을 적용해 입장객 숫자를 정확히 체크하고, 일몰 뒤 입장객 숫자와 출구를 통과한 등산객 숫자가 일치하지 않으면 구조대가 출동한다.
클로보는 전동칫솔 모습 카메라 기기로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치아·귀·코·두피 등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신체 부분을 촬영하고, 앱을 통해 의사에게 보내 상담을 받는 서비스다. 국내 규제 문제로 지금은 미국에서만 사업을 한다. 유형민 클로보 대표는 “미국은 병원 예약 잡는 것 자체에 시간이 많이 들고, 땅이 넓어서 직접 방문하기도 어렵다. 클로보를 사용하면 간편하게 의사의 의견을 들어보고, 병원 방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현재 시애틀 10개 치과, 캘리포니아·로스엔젤레스 일부 병원과 연계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귀 안쪽을 촬영하는 작은 카메라와 치아·피부 등을 촬영하는 넓은 카메라 두 개를, 본체 한 개에 번갈아 끼워 사용한다. 기계는 아마존에서 99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상담을 받을 수는 없지만, 치아나 귓 속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싶은 경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이번 시이에스에서 2개의 혁신상을 받은 음향 전문 스타트업 가우디오랩 전시관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이 회사는 영상을 연속 재생할 때 겪는 불편을 해결해 주는 ‘음량 평준화 기술’을 개발했다.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 다음 콘텐츠로 넘어가면서 음량이 갑자기 커져 이어폰을 빼버리거나 급하게 음량을 낮춰본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해결해주는 기술이다.
가우디오랩은 메타데이터를 활용해, 콘텐츠 원본을 훼손하거나 바꾸지 않고 음량 편차 문제를 해결한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음량 조절을 하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회사의 기술이 적용돼서다. 윤재연 가우디오랩 홍보담당은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표준 기술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 이미 네이버나우·벅스 등에 이 기술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글·사진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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