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열린 中국경 르포] "훈춘∼北나선 육로통행 부분 재개"
훈춘 통상구 직원들 휴일에도 출근…본격 통행 재개 대비
(훈춘=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의 대외 방역 통제가 3년 만에 해제된 것과 관련, 북한과 중국의 교역 거점인 훈춘∼나선의 육로 통행도 일부 재개됐다고 소식통들이 8일 전했다.
훈춘의 한 소식통은 "지난 4일 중국의 화물트럭 5대가 훈춘 취안허 통상구에서 두만강대교를 넘어 북한 나진·선봉(나선) 경제무역구로 들어갔다"며 "운송 물자는 나선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이 필요로하는 원자재"라고 말했다.
그는 "훈춘∼나선 육로통행은 아직 완전 정상화되지 않아 언제 또 운행할지는 모른다"며 "화물트럭이 당분간 부정기적으로 운행하다 점차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취안허 통상구 앞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한 상인도 "며칠 전 화물트럭 여러 대가 북한으로 넘어가는 것을 봤다"고 귀띔했다.
휴일인 이날 취안허 통상구 관계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고, 포크레인이 통상구 내 방역용 쓰레기를 외부로 실어나르는 등 육로 통행 정상화에 대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주말인 전날에도 밤늦게까지 통상구 건물 내 사무실들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앞서 취안허 통상구는 검역과 통관 업무 점검을 위해 지난달 27일 시범적으로 화물트럭을 시범 운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단둥∼신의주와 더불어 북중 교역의 주요 거점인 훈춘∼나선간 육로 통행이 3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북중 국경을 봉쇄하고, 여권 발급과 북한 내 관광, 육상 교역을 전면 중단했다.
작년 1월 중단 1년 8개월 만에 단둥∼신의주를 잇는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됐지만, 화물 차량 운행과 인적 왕래는 지금까지 중단돼왔다.
그러나 취안허 통상구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북한 관광 등 인적 왕래 재개는 당분간 불투명해 보인다.
취안허 통상구의 한 경비원은 "아직 관광 재개와 관련된 통보가 없었다"며 "언제 재개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의 해외 방역 통제가 전면 해제된 이 날 훈춘을 비롯해 단둥과 지안, 투먼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 화물차 운행이나 인적 왕래는 포착되지 않았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화물트럭이나 사람을 실어나르는 승합차는 운행을 재개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단둥∼신의주 육로 통행 재개와 관련, 아직 방침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물자난 해결도 시급하지만, 의료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유입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육로 통행 재개에 신중을 기하며 중국 내 코로나19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훈춘 육로 통행 재개와 관련, 소식통들은 "나선에 투자한 중국 기업들이 3년간의 장기 봉쇄에 따른 물자난 해결을 북한 당국에 강하게 요구했다"며 "나선 특구 활성화를 위해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북한이 제한적인 개방에 나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울러 이들은 "최북단에 위치해 코로나19가 유입돼도 북한 전역으로 번질 위험이 낮은 나선을 우선 개방한 뒤 추이를 지켜보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중국은 북·중·러 접경 지역으로, 항구가 없는 훈춘을 교두보로 삼아 창지투(창춘-지린-투먼) 일대를 동북아 무역 거점으로 육성하려는 '동해 출구'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나선 경제무역구를 북한과 공동으로 개발해 관리하고 있으며 '차항출해'(借港出海·외국 항구를 빌려 바다로 진출한다는 의미) 전략에 따라 나진항과 청진항 부두의 장기(30∼50년) 사용권도 확보해놓은 상태다.
이런 국가적 시책에 따라 나선에 투자한 중국 기업들은 북중 국경 폐쇄로 누적된 물자난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날부터 입국자에 대한 현지 도착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시설 격리 폐지, 본토와 홍콩 간 인적 왕래 격리 해제 등 3년간 고수해온 대외 '방역 장벽'을 풀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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