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개방의 상징인 글로벌 도시 제다, “매일 밤 한국드라마 보면서 삽니다” [전승훈의 아트로드]
전승훈 기자 2023. 1. 8. 14:46
‘제2의 중동붐’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다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제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문화적 개방을 상징하는 도시다. 제다에서는 2021년 사우디에서 처음으로 ‘홍해 국제영화제’가 열흘간 열렸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980년대 초에 영화관이 문을 닫았었는데, 2018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사회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35년 만에 영화관 영업을 재개했다. 영화관이 문을 연지 3년 만에 제다에서 홍해국제영화제까지 열려 67개국 138편의 영화가 선보였다. ‘영화가 사람들을 타락시킨다’고 영화관 문을 닫았던 보수적인 이슬람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우디 제2의 도시인 제다는 부산처럼 사우디 최대의 항구도시다. 지금도 사우디 수출입 물동량의 70%가 제다항구로 들어온다. 그래서 제다는 역사적으로 글로벌 문화가 융합되는 도시였다.
우선 7세기부터 이슬람 최대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로 오는 순례객과 무역상들의 관문이기도 했다. 중세시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전세계에서 온 순례객들은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향신료와 보석, 몰약, 포목 등 각종 특산품을 배에 싣고 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제다 항구의 시장에는 보석, 포목, 약재, 향신료 상가는 지금도 관광객들과 상인들이 몰려든다. 순례객들은 제다항구에서 물건을 팔아 돈을 마련한 다음에 낙타를 타고 메카로 떠났다. 메카 게이트를 통과해서 낙타를 타고 1주일을 정도가면 메카에 도착한다. 메카에서 순례를 마치고 메디나로 가는 길은 낙타로 약 한달이 걸렸다고 한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순례객 덕분에 제다는 각국의 다양한 음식문화가 살아 있는 글로벌 도시가 됐다. 항구 주변의 알발라드(Al-Balade) 구역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히자즈(Hejaz)’ 양식의 집들이 밀집돼 있다.
산호 벽돌로 쌓은 곳곳에 각목을 대놓았기 때문에, 건물은 세월탓으로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울고 삐뚤빼뚤하지만 신기하게도 잘 버티고 있다.
알발라드 구역은 해질녘 뜨거운 햇볕이 사라질 시간이 되면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고 사람들도 몰려든다.
해가지고 조명이 들어오면 또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사막의 모래흙으로 빚은 무채색의 도시가 신밧드의 모험에 나오는 아라비아의 화려한 불빛 도시로 변모하는 것이다.
제다에는 대저택을 활용해 이슬람 문화와 건축, 과학과 역사를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 많다. 제다 시내에 있는 ‘사우디 홈 뮤지엄(Soudi Home Museum)‘는 집 안에 수많은 장식품과 함께 분수와 폭포로 꾸며져 있어 놀라운 광경을 선사한다.
홍해 연안의 제다에는 후안 미로와 무어의 작품이 있는 해변 조각공원, 홍해 크루즈, 해변 요트클럽의 해상모스크와 아쿠아리움, F1 경기가 벌어지는 해변도로, 바다뷰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세계 최대의 쇼핑센터까지 볼거리가 많다.
올해 하반기 홍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홍해의 산호초를 즐길 수 있는 스킨스쿠버와 해양스포츠 시설을 갖춘 호텔과 리조트가 문을 열 예정이다. 2만8000㎢에 이르는 구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홍해 프로젝트는 90개 이상의 자연섬으로 이뤄진 군도에서 공항, 요트 정박지, 주택단지, 레크리에이션 시설, 3000개 호텔 객실 등이 건설돼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계획이다.
사우디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음주가 금지돼 있다. 밤 11시가 넘었는데 해변 레스토랑에서 성인 남자 2명이 커피와 케잌을 놓고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은 무척 생소했다. 그러나 그만큼 치안은 안전하다. 휴일 저녁에는 여성과 아이들이 제다 해변의 야외 공원에서 새벽 1,2시가 넘어서도 자연스럽게 여가를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카타르 월드컵기간 중에 호텔 옥상 수영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열띤 응원을 하기도 했다. 히잡을 벗고 화려하게 화장을 한 여성들도 보였다. 프랑스와 모로코와의 4강 경기였는데, 사우디 사람들이 무알콜 맥주를 마시며 같은 아랍국가인 모로코팀을 열띠게 응원하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제다에서 만난 사우디인들은 한국사람만 보면 “매일 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산다”며 반가워했다. “안녕하세요” 정도는 누구나 할 줄 알고, 한국 음식점도 인기다.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제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문화적 개방을 상징하는 도시다. 제다에서는 2021년 사우디에서 처음으로 ‘홍해 국제영화제’가 열흘간 열렸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980년대 초에 영화관이 문을 닫았었는데, 2018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사회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35년 만에 영화관 영업을 재개했다. 영화관이 문을 연지 3년 만에 제다에서 홍해국제영화제까지 열려 67개국 138편의 영화가 선보였다. ‘영화가 사람들을 타락시킨다’고 영화관 문을 닫았던 보수적인 이슬람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다의 축구경기장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는 2019년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제다페스티벌의 일환으로 1만석 규모의 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펼쳤다. 아시아 가수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단독 공연을 연 것은 슈퍼주니어가 처음이었다. 이어 방탄소년단(BTS)도 수도 리야드 킹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사우디 역사상 축구경기장에 남녀가 함께 들어가 춤을 추며 콘서트를 즐긴 것은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다.
사우디 제2의 도시인 제다는 부산처럼 사우디 최대의 항구도시다. 지금도 사우디 수출입 물동량의 70%가 제다항구로 들어온다. 그래서 제다는 역사적으로 글로벌 문화가 융합되는 도시였다.
우선 7세기부터 이슬람 최대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로 오는 순례객과 무역상들의 관문이기도 했다. 중세시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전세계에서 온 순례객들은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향신료와 보석, 몰약, 포목 등 각종 특산품을 배에 싣고 왔다고 한다.
제다 항구에 내린 순례객들은 메카 게이트(Makkah Gate)까지 동서로 길게 늘어선 전통시장인 수크(Souqs) 바닥에서 보따리를 풀었다. 시장 골목길은 바다를 건너온 진귀한 물품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순식간에 변했다. 지금도 제다의 주민들은 “모든 물건은 배에서 내렸을 때가 가장 싸다”는 말을 진리처럼 생각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제다 항구의 시장에는 보석, 포목, 약재, 향신료 상가는 지금도 관광객들과 상인들이 몰려든다. 순례객들은 제다항구에서 물건을 팔아 돈을 마련한 다음에 낙타를 타고 메카로 떠났다. 메카 게이트를 통과해서 낙타를 타고 1주일을 정도가면 메카에 도착한다. 메카에서 순례를 마치고 메디나로 가는 길은 낙타로 약 한달이 걸렸다고 한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순례객 덕분에 제다는 각국의 다양한 음식문화가 살아 있는 글로벌 도시가 됐다. 항구 주변의 알발라드(Al-Balade) 구역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히자즈(Hejaz)’ 양식의 집들이 밀집돼 있다.
히자즈 양식은 파사드(전면부)가 화려하게 장식한 나무 베란다인 ‘로샨’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하학적 문양으로 장식된 창문은 밖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아 여성들의 프라이버시가 유지되면서도, 거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들을 수 있고, 시원한 바람으로 환기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다목적 베란다였다.
로샨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오는 순례객들이 배에 싣고 온 목재를 활용해 만들었다. 나무가 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히자즈 양식’의 건축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산호 벽돌로 쌓은 곳곳에 각목을 대놓았기 때문에, 건물은 세월탓으로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울고 삐뚤빼뚤하지만 신기하게도 잘 버티고 있다.
알발라드 구역은 해질녘 뜨거운 햇볕이 사라질 시간이 되면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고 사람들도 몰려든다.
해가지고 조명이 들어오면 또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사막의 모래흙으로 빚은 무채색의 도시가 신밧드의 모험에 나오는 아라비아의 화려한 불빛 도시로 변모하는 것이다.
제다에는 대저택을 활용해 이슬람 문화와 건축, 과학과 역사를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 많다. 제다 시내에 있는 ‘사우디 홈 뮤지엄(Soudi Home Museum)‘는 집 안에 수많은 장식품과 함께 분수와 폭포로 꾸며져 있어 놀라운 광경을 선사한다.
홍해 연안의 제다에는 후안 미로와 무어의 작품이 있는 해변 조각공원, 홍해 크루즈, 해변 요트클럽의 해상모스크와 아쿠아리움, F1 경기가 벌어지는 해변도로, 바다뷰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세계 최대의 쇼핑센터까지 볼거리가 많다.
올해 하반기 홍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홍해의 산호초를 즐길 수 있는 스킨스쿠버와 해양스포츠 시설을 갖춘 호텔과 리조트가 문을 열 예정이다. 2만8000㎢에 이르는 구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홍해 프로젝트는 90개 이상의 자연섬으로 이뤄진 군도에서 공항, 요트 정박지, 주택단지, 레크리에이션 시설, 3000개 호텔 객실 등이 건설돼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일 것이라는 계획이다.
사우디에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음주가 금지돼 있다. 밤 11시가 넘었는데 해변 레스토랑에서 성인 남자 2명이 커피와 케잌을 놓고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은 무척 생소했다. 그러나 그만큼 치안은 안전하다. 휴일 저녁에는 여성과 아이들이 제다 해변의 야외 공원에서 새벽 1,2시가 넘어서도 자연스럽게 여가를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카타르 월드컵기간 중에 호텔 옥상 수영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열띤 응원을 하기도 했다. 히잡을 벗고 화려하게 화장을 한 여성들도 보였다. 프랑스와 모로코와의 4강 경기였는데, 사우디 사람들이 무알콜 맥주를 마시며 같은 아랍국가인 모로코팀을 열띠게 응원하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제다에서 만난 사우디인들은 한국사람만 보면 “매일 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산다”며 반가워했다. “안녕하세요” 정도는 누구나 할 줄 알고, 한국 음식점도 인기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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