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에 손짓하듯… 수로따라 늘어선 색색의 건축물 [박윤정의 HEJ! 코펜하겐]
2023. 1. 8. 14:41
새로운 항구라는 의미 갖는 ‘뉘하운 항구’
한때 수많은 배 오가며 술·매춘으로 악명
주변 건물들 나무·석회암 등 재질 다양해
바위 위 다소곳하게 앉은 청동 인어공주
국민들 국가 대표하는 상징물로 선택해
출퇴근 주요수단 자전거들 거리에 즐비
한때 수많은 배 오가며 술·매춘으로 악명
주변 건물들 나무·석회암 등 재질 다양해
바위 위 다소곳하게 앉은 청동 인어공주
국민들 국가 대표하는 상징물로 선택해
출퇴근 주요수단 자전거들 거리에 즐비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들어왔다. 서두르고 싶지 않은 시간이지만 물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인어공주를 만나기 위해 아침 산책을 나선다. 호텔 앞, 코펜하겐 대학교 근처를 서성이다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을 마주하고 항구를 향해 걷는다. 뉘하운 항구이다. 덴마크와 스웨덴 전쟁에서 생포한 스웨덴 포로들에 의해 건설된 새로운 항구라는 의미의 뉘하운은 1670년부터 1673년까지 덴마크 크리스티안 5세 국왕의 계획으로 건설되었다. 콘겐스 뉘토르브 광장과 바다를 연결하는 관문! 수많은 화물선과 어선이 이곳을 지나쳤다고 한다. 이로 인해 술과 매춘으로 악명이 높았다고 하지만 오늘날의 수로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른 아침임에도 요트와 관광선이 오간다. 거친 어부들의 삶과 맥주, 매춘을 떠올리기에는 낯선 형형색색 분위기 있는 건축물이 수로를 배경으로 들어서 있다. 나무와 벽돌, 석회암 등 다양한 재질이 눈길을 끈다. 처음 뉘하운을 연결했다는 사라진 목조 대신 1912년에 세워진 다리를 건너 20년 동안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거주했다던 지역으로 들어선다.
터벅터벅. 하늘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 파란빛으로 단장을 마치지 않고 회색을 머금고 있다. 코펜하겐 상징이기도 한 인어공주를 만나기 위해 안데르센이 거주한 지역을 지나 한참을 걷는다.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음에도 청동 조각상 인어공주를 찾기는 쉽지 않다. 앉아 있는 높이가 1.25m, 175㎏ 무게의 덴마크 상징물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한 일간지 설문 조사에 의하면 38%의 국민이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인어공주 동상을 선택했다고 한다. 관광객뿐 아니라 덴마크 국민에게도 이 동상은 특별한가 보다.
두리번거린다. 그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소리를 따라 시선을 향한다. 다소곳이 앉아 있는 청동상이 보인다. 맞은편 공장 굴뚝 연기를 배경으로 코펜하겐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수난을 많이 겪는 동상, 왠지 처연한 모습이다. 홀로 앉은 그에게 인사를 건네고 조용히 돌아선다. 청동상을 두고 조금 더 걸어 나오면 별 모양의 17세기 요새가 있다.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성문이 나온다. 카스텔레트 요새 정문이다. 성벽은 길이 1750m이며 5개의 요새가 있다고 한다. 지금은 군 막사로 사용된다고 하는데 일반인 출입이 가능한지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초록의 성곽을 따라 조깅하는 시민도 여럿이다. 바다를 곁에 두고 초록을 지키는 듯한 성곽을 따라 걷다 다시 시내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참을 지나, 코펜하겐 풍경을 더하는 그림 같은 운하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카페에 앉는다. 바닷물 흐르듯 오랜 역사를 흘려보낸 자리에서 지친 다리를 달래며 카약에 몸을 싣고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 표정이 전하는 여유를 함께 누려 본다. 1700년대 색감이라고 하기에는 아기자기한 주택을 둘러보며, 지난 세월과 함께한 코펜하겐의 바다는 어떤 얘기를 먼저 건네고 싶을까 상상해 본다.
커피를 마시며 시청에서 멀지 않은 중앙역 근처 티볼리 놀이공원을 갈까, 오늘날의 코펜하겐을 상징한다는 바이시클 스네이크 건축물을 보러 갈까 고민하다 결국은 오던 길을 되돌아 쇼핑 거리로 들어서기로 했다. 도심으로 들어서는 길에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과 자전거 주차장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자전거 도시답게 코펜하겐 시민 49%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고 한다. 단순한 교통 수단을 넘어 생활의 일부분인 듯하다. 자전거를 위한 공원, 공공 레크리에이션 공간, 13㎞ 자전거 길만 생각하더라도 자전거는 에너지 정책을 넘어서 삶의 한 부분이다. 그들의 일상이 변화할 미래의 모습인가 싶다. 유럽에서 가장 긴 보행자 거리 중 하나라는 스트로이에트(Strøget) 거리이다. 콘겐스 뉘토르브 광장에서 남서쪽 시청까지 1.1㎞ 이어진다. 명품 브랜드부터 디자인 브랜드, 대중적인 제품까지 다양하다. 재미있는 매장과 제품 그리고 구경하는 젊은이들까지 모두 시선을 이끈다. 스트로이에트 길을 걷다 지칠 때 즈음, 인파를 피해 타워에 오른다. 넓은 나선형 길에 호기심이 일어, 걸어 올라가 보니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란다. 나선형 통로를 따라 탑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
다시 거리로 나와 매장을 둘러본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졌는지 다양한 조명이 거리를 밝힌다. 덴마크의 유명한 브랜드 조명 매장과 그릇 매장도 둘러보고 다채로운 색깔로 가게 특색을 살린 쇼핑 거리를 걸으니 다른 빛깔의 덴마크가 보인다. 스트로이에트 길을 따라 시청으로 가다 보면 프레데리크 왕세자와 메리 왕세자비가 결혼한 성모교회에 다다른다. 아름다운 음악이 교회에서 흘러나온다. 발길을 멈추고 교회에 들어서니 성전에 성모 마리아와 십자가를 형상화한 미디어아트가 전시 중이다. 불빛 없는 교회에 비디오아트와 성스러운 음악이 울려 퍼지니 엄숙하고도 낯설다. 한참을 자리하고 돌아서 교회 밖으로 나온다. 젊은이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교회 옆. 젊은이들을 지나쳐 작은 골목길에 들어선다.
호떡을 광고하는 포스터가 보인다. 재미있다. 한국 음식이 해외에서도 반응이 있다고 하더니 이런 시도를 하는구나. 사진 속의 호떡은 마치 햄버거 같아 보이지만, K컬처의 이름으로 일어나는 한국 음식의 다양한 변화가 흥미롭다. 초록 조명 빛깔이 가득한 식당 야외 테이블에서 코펜하겐 밤거리를 훔쳐본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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