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장의 기록 ‘그 의사의 코로나’[화제의 책]
한 전직 의사가 있었다. 그가 의사를 그만둔 지 1년 후쯤에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쳤다. 그즈음 100일 간격으로 잇달아 부모님을 여의고 감당하기 힘든 상실감에 빠진 그는 코로나 의료봉사 현장에 뛰어들었다.
처음 간 곳은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외진 산속의 정신병원이었다.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 정신질환자들의 코로나를 치료하는 일은 힘들고 고됐다. 하지만 그곳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가며 환자들을 지켜내는 헌신적인 이들과 함께하며 차츰 회복을 경험한다. 두 번째로 의료봉사를 나갔던 곳도 코로나 확진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공공 정신병원이었다. 그곳도 또 다른 지옥이었다.
그렇게 지방의 한 정신병원과 공공 정신병원을 거쳐 코로나 전담 요양병원까지 세 곳에서 1년간의 의료봉사를 마치고, 그간의 경험을 꾹꾹 눌러 담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그 의사의 코로나’(임야비 지음 / 고유명사)다.
이 책은 현장감 가득한 르포르타주이면서도 재치·은유·상징은 물론이고 시어를 읽는 듯한 말맛이 느껴지는 에세이다. 그런데도 흥미진진한 드라마 시리즈물을 보는 것처럼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정신병원 의료봉사 이야기 사이사이에 부모님의 투병 이야기를 번갈아 변주하면서 바둑과 음악·책·영화 등을 끌어와 삶과 죽음, 격리와 해제, 자발성과 의무감, 일상과 사건, 평온과 위험, 책임과 무책임, 숭고함과 비겁함의 경계를 계속 보여준다.
그 경계선상에서도 끊임없이 귀한 생명을 건지려고 고군분투하는 현장을, 생명의 존엄을 놓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숭고한 사람들을 클로즈업한다. 나와 내 가족, 나의 퇴근보다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거기 있더라’라고 소리친다. 아파서 외면하고 싶고 보기 힘들어서 눈감고 싶은 우리에게 그들의 분투를 응원하고 그들의 숭고함에 감동하자고, 그래서 더는 괜찮은 사람들이 포기하고 손을 놓고 떠나지 않게 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너와 내가 손잡고 서로 기대고 의지할 곳이 돼 주자고 격려한다. 공동체성의 회복을 위하여···.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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